산재 청문회서 끼임·추락사 질타…DL·SPC 회장 고개 숙였다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고로 사회적 비판을 받는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나란히 국회에 불려 나와 고개를 숙였다. 여당 국민의힘은 간사를 뺀 나머지 위원이 모두 불참했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열고 두 사람을 증인으로 불러 산재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래로 DL에서는 11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건설사인 DL이앤씨에서는 지난 8월 부산 연제구 아파트 건설 현장 추락사고 등 7건의 사고가 발생해 8명이 숨졌다.
SPC에서도 지난해 10월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올해 8월 다른 계열사인 샤니의 경기도 성남시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지기도 했다.
이해욱 회장과 허영인 회장은 반복적인 중대재해 사고 발생으로 지난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핑계로 불출석했다. 환노위는 관련 법률에 따라 이들을 고발하려다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따라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에 “2년 연속 안타까운 국내 노동자의 생명을 잃게 만들었고, 수백명 노동자의 산재 사고를 유발하도록 방치하면서 해외 출장을 간 데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해욱 회장은 ‘1년 반 동안 7건의 사고가 나서 8명이 사망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라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허영인 회장도 ‘기업을 위해 일하다 노동자가 죽으면 사과해야 한다’는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저희가 부족해서 산재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직원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 회장은 모두 앞으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안전 비용의 경우 올해 작년보다 29%를 증액했고, 내년에도 20% 이상 증액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허 회장은 “안전 교육을 더 많이 하고 위험한 부분은 기계 설비로 대체해서 작업자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이 회장에게 “안전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가 낙찰제나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산재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노위 위원은 산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여야 모두 산재 사고의 주된 원인인 SPC의 ‘2조 2교대’ 장시간 근무 구조를 지적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에게 “2조 2교대 등 장시간 노동으로 직원이 고통받고 있다면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온당한 것”이라며 “CJ제일제당은 4조 3교대로 돌아섰는데, SPC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는 2교대를 개선하지 않으면 죽음의 사고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박정 위원장도 “야간 업무를 2주일간 114시간 한 SPC 계열의 한 근로자가 과로사했다는 자료를 받았다”며 “회사가 경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도 “근로 환경 개선을 해 달라는 현장 노동조합 의견을 보면 2교대 문제가 나오는데 얼마나 노조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느냐 하면 ‘3교대를 하고 싶어도 인원도 상당히 힘이 든다’는 지적도 해는 지적도 해 놨다”며 “회사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근로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는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 위원이 불참했다. 앞서 이 회장과 허 회장이 국감에 불출석하면서 환노위는 이번 청문회를 따로 열었다.
여당은 ‘기업을 부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회사를 방문해 비공개로 간담회를 열자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날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임 의원은 “DL과 SPC에 산재 예방 계획 등을 요구해 제안서를 받았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야당과 합의되지 않은 청문회라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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