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대기번호 2000번"…中 어린이 폐렴 폭증 기사 돌연 삭제
최근 폭증하는 어린이 폐렴 환자로 중국 각지의 병원이 심각한 포화상태에 빠진 가운데, 국내와 주변국의 불안감이 커지자 중국 당국이 여론 단속에 나섰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폐렴 확산과 관련된 이슈와 보도가 단시간에 사라지는 등 부정적인 여론 형성이 철저히 통제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중국 SNS인 웨이보(微博) 이슈 랭킹에 ‘딸 40도 고열인데, 대기번호 1600번 받은 엄마’ 태그가 급상승했다. 중국 매체 극목(極目)신문이 28일 보도한 기사 ‘소아과 진료실 르포 : 아이와 병원서 쪽잠 잔지 일주일째, 대기번호 한때 2000번’에 나온 사례가 웨이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극목신문은 응급실, 로비, 대기실, 주사실, 병원 복도와 바닥까지 가득 메운 어린이 폐렴 환자와 부모, 그리고 병원 동행 서비스 제공자인 ‘배진사(陪診師)’ 등을 취재했다. 진료실 앞 1600번대 번호표를 받아 든 엄마 저우위(周瑜). 딸의 폐렴 증세가 낫지 않아 병원 복도에서 일주일 넘게 쪽잠을 자며 치료 중이라는 천룽(陳龙). 6개 병원을 전전하다 한 병원에서 3일을 꼬박 기다려 겨우 의뢰자의 입원 수속을 도왔다는 배진사 아전(阿珍) 등 각자 다른 사연은 최근 중국 병원의 심각한 과부하 상태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삽시간에 많은 사람의 주목과 공감을 얻었던 이 기사는 하루 만에 원문이 삭제됐다. 2200만 조회수가 넘었던 관련 태그도 웨이보 이슈 랭킹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 밖에도 폐렴이나 호흡기 질병과 관련된 SNS 글은 화제가 되는 즉시 빠르게 삭제되고 있다. 인기 태그 ‘대기 5일째 아이 호흡기 감염증이 폐렴으로 번졌다’의 경우 조회수가 8200만이 넘지만 웨이보 실시간 랭킹에선 찾아볼 수 없다.
중국 보건 당국은 여론 통제와 동시에 국내외적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행동에도 나섰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이하 위건위)는 지난달 27일 정식으로 호흡기 질환 주의보를 발령했다. 중국 위건위는 현재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폐렴의 원인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인플루엔자(독감), 아데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리노바이러스 등 이미 대부분 알려진 병원체가 동시에 유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도 지난달 29일 “중국 전역의 병원이 병상과 인력을 늘리고 의료진의 근무 시간을 연장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주변국의 긴장과 불안감을 잠재우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에서 새로운 폐렴 바이러스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의 진원지가 중국이었던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또 현재 중국에는 어린이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 외에도 12월과 내년 초까지 노인을 포함한 성인 호흡기 감염 사례가 정점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학생 졸피뎀 먹여 성폭행한 30대에…재판부 "엄벌 필요" 징역 7년 | 중앙일보
- 45세 갑부는 18세 몸 원했다, 현대판 진시황의 ‘26억 베팅’ | 중앙일보
- 성폭행 미수, 남친 살해 시도…배달기사 이례적 '징역 50년' 왜 | 중앙일보
- 기괴하게 뒤틀린 초6 시신…그건 학폭이 만든 지옥이었다 | 중앙일보
- [단독] 자승의 생전 마지막 대화…칠장사 주지 스님이 전한 말 | 중앙일보
- 가죽코트에 선글라스…'샛별여장군' 김주애, 김정은과 공군 시찰 | 중앙일보
- 푸바오의 라이벌? 귀여워 쓰러진다는 '심장 폭격기' 서울 왔다 | 중앙일보
- 연말 되니 더 미친 물가…30만원짜리 '성탄절 케이크' 나왔다 | 중앙일보
- "김정은 딸 지키려고…北, 김일성이 숨긴 '비장의 사진' 공개" | 중앙일보
- 타이슨에 물병 던지고 도발한 남성, 얻어맞자 "합의금 6억 내놔"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