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미수, 남친 살해 시도…배달기사 이례적 '징역 50년' 왜 [사건추적]

김정석 입력 2023. 12. 1. 15:40 수정 2023. 12. 1. 17: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룸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제지하는 남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50년’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종길)는 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달라이더 이모(28)씨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 등을 명령했다.

성폭행과 살인에 이르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범죄에 대해 이같은 중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형보다도 훨씬 무거운 형량이다.


배달라이더 원룸 출입 쉽다는 점 악용


앞서 이씨는 지난 5월 13일 오후 10시56분쯤 대구시 북구 한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피해자 A씨(23·여)를 뒤따라간 후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을 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구지법. 연합뉴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배달라이더로 3년 정도 일을 하면서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 많고 배달라이더 복장으로 원룸 건물에 들어가더라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 상황을 이용해 여성을 성폭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지난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스마트폰으로 성폭행 관련 내용을 검색한 데 이어 같은 달 13일 한 마트에서 흉기를 사기도 했다.

이씨는 흉기를 산 당일 오후 10시56분쯤 혼자 걷고 있던 A씨를 발견하고 뒤따라가다가 A씨가 원룸 건물에 들어가자 마치 배달을 하러 온 것처럼 행동했다. 이어 A씨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흉기를 꺼내 들고 A씨 집으로 들어갔다. 이씨는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고 “가만히 있어라, 시키는 것 다 해라”라고 외치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A씨는 손목동맥을 다쳐 장애가 생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남자친구인 B씨(23)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이씨를 제지해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B씨는 손과 팔 부위를 다쳐 24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이어 이씨는 복도로 빠져나왔고 B씨가 자신을 따라 나오자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범행 막다…흉기에 회복 어려운 중상


이 바람에 B씨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 법원에 따르면 B씨는 흉기에 수차례 찔려 응급실로 이송된 후 과다 출혈로 인해 2~3차례나 심정지가 발생했고, 2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약 40여일 만에 가까스로 의식을 찾은 B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됐다. 담당 의사는 재판에서 “B씨 사회연령은 만 11세 수준에 머무르고 언어·인지행동장애, 신경 손상이 완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집중과 계산 능력, 사회적 상황에서 문제 해결 등에 문제가 있고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판부, 적용 가능한 최대 형량 선고


징역 50년형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미수범에 대한 가장 무거운 형량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피해자 A씨도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인 자신의 집에서 생면부지의 피고인으로부터 참혹하고도 끔찍한 피해를 봤다”며 “A씨 치료를 맡은 담당 의사는 수술 후 1년까지는 신경회복 유무 관찰이 필요하나, 신경 회복이 되더라도 100%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으며, 그 가족들도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심각한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라며 “피고인은 이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복구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Copyright©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