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할머니, 새벽 공원에 앉은 채 심정지…日 노모 버린 아들
“공원 벤치에 어르신이 앉아 있어요.”
지난 10월 14일 새벽, 일본 미야기(宮城)현 타가조(多賀城)시에 이같은 신고가 들어왔다. 구급대원이 출동해 보니, 평상복 차림의 한 고령 여성이 미동 없이 앉아있었다. 심정지 상태였던 여성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미야기현 경찰은 신원 파악에 나섰지만, 소지품이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두 달 여에 걸친 수사 끝에 경찰은 86세인 고인이 공원 인근에 살았다는 것을 찾아냈고 57세 남성을 체포했다. 고인의 장남인 그에게 경찰은 돌봄(介護)이 필요한 모친을 공원 벤치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보호책임자유기치사)를 적용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일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 장남이 지난 2014년부터 노모와 함께 살며 식사 등 보살핌을 해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아들이 사건 당일 공원 벤치까지 노모를 데려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 파악을 위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빠른 고령화 속도, 이어지는 '돌봄' 비극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은 1950년만 하더라도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4.9%에 불과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비율은 2000년 17.4%, 2022년 29.1%로 급증했다.
현재 일본인 10명 중 3명이 고령자다. 그러다 보니 노인이 노인을 돌보고(老老介護), 가족이 나이든 부모님을 부양하다 발생하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선 40년 가까이 아내를 돌봐오던 남편이 아내가 탄 휠체어를 밀어 바다에 빠뜨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살인죄로 기소된 남편(82)에겐 지난 7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남편은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아내를 시설에 보내면 아들들에게 금전적으로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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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그리고 부족한 일손
일본 정부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저출산으로 돌봄 일손마저 부족해지면서 사회 문제화하자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필요한 돌봄 인력은 233만명 규모이나 현재 약 22만명이나 부족한 상태다. 일손 부족 상황은 더욱 커져 오는 2040년엔 69만명에 달하는 일손 고갈 상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정부는 인력 확충을 위해 임금 제도를 개편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나섰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월 6000엔 상당의 임금인상을 지속할 방침이다. 처우 개선을 통해 병간호 등 어르신 돌봄에 필요한 인력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더 받아들이고, IT 기술을 활용하는 어르신 요양 시설엔 직원 배치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도 추진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돌봄 업무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4만6000명으로 이번 제도 개편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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