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김인성 "내 스피드, 20대 시절과 그대로… 몸이 안 따르는 날 은퇴할 겁니다"

김인성(포항스틸러스).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포항] 김희준 기자= 김인성은 축구팬들에게 '스피드 레이서'로 잘 알려져있다. 시속 35.8km로 측정된 주력을 활용해 상대 측면을 부수는 플레이가 그의 주특기다.

그러나 타고난 스피드만 활용했다면 지금까지 K리그1에서 활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김인성이 얼마나 간절한 선수였는지는 경력만 봐도 짐작이 된다. 한때 프로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러시아 리그 CSKA 모스크바까지 두드렸던 김인성은 성남일화(현 성남FC), 전북현대, 인천유나이티드, 울산현대를 거치며 K리그1 수준급 윙어로 거듭났다.

김인성은 올 시즌 포항에 당도했다. K리그2 소속 서울이랜드에서 2년간 머물다가 다시 K리그1으로 돌아왔다. 포항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클럽이지만, 아내와 2살 된 아이를 남겨두고 먼 곳으로 떠나오는 건 아무 고민 없이 내린 선택은 아니었다.

김인성이 포항에 합류한 가장 큰 이유는 축구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지난 24일 '풋볼리스트'와 만나 "축구적인 면에서 포항에 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한 김인성은 "솔직히 말하면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게 힘들기도 한데 축구에 있어서 와이프가 많이 이해해주고 지지해준다. 그래서 포항 입단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포항에 적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이제는 포항에 완벽히 녹아든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김인성은 이를 위해 적지 않은 나이에도 하루에 3번씩 개인 운동을 거르지 않으며 몸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힘썼다. "클럽하우스에서 운동을 하루에 두세 번씩 계속 했다. 원래 한 번 밖에 안 하는데 템포나 경기력을 올리고 싶었다"며 "스피드로 몸 상태를 판단하는데 지금까지는 20대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는 말로 앞으로의 경기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김인성(포항 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 여러 클럽을 거쳐 올해 포항에 입단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포항 축구를 보면 공격적이고 빠르잖아요? 이런 걸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눈에 보였었고, 감독님도 입단을 권해서 또 한 번 도전을 하게 됐죠.

- 다른 구단에서도 제의가 왔었죠?
네. 고민을 많이 했죠. 엄청 많이 했어요. 그래도 항상 축구적인 면에서 봤을 때 포항에 오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 결혼한 지 오래되지는 않은 시점이었잖아요. 아내가 걱정하지 않던가요?
서로 떨어져야 되는 게 많이 컸어요. 입단 당시에는 서울이랜드에 있다가 또다시 적응을 하고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집중했었는데 막상 가족이랑 떨어져보니까 이렇게 생활하는 게 힘들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 지금도 떨어져 사는 고충이 있나요?
아기가 없을 때는 와이프가 같이 포항에 와서 언제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또 아기가 있다보니까 그게 또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아기를 많이 못 볼 때 힘든 것 같아요. 이제 22개월 정도에요. (집에 가면 아빠 알아보고 반기나요?) 그렇죠. 그게 소중하다는 걸 느끼는데 떨어져서 지내다보니까 쉽지가 않아요. 힘들기도 한데 축구적인 부분에 대해서 와이프가 많이 이해해주고 지지를 해줘요. 그래서 포항 입단을 결정할 수 있었던 거죠.

- 그렇게 해서 포항에 왔는데, 초반에 팀에 적응할 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던가요?
측면에 자리잡는 게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그 전 소속팀인 서울이랜드에서 센터포워드였기 때문에 사이드 플레이를 1년 정도 안 하다 보니까 적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죠. 두 번째로는 포항 전술에 제가 맞춰나가는 시간이 더 필요했고, 그 부분에 적응하려고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죠.

-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이나 다른 코칭스태프가 따로 주문하거나 조언한 게 있었나요?
나를 믿고 있다는 것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 더 노력했죠. 어떻게든 계속 경기에 나가야 되고, 나가면 좋은 모습 보여야 되고요. 포항에 와서는 기존에 해왔던 것보다 노력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개인적인 시간에 운동 시설도 잘 돼있으니까 되게 노력을 많이 했어요. 클럽하우스에서 몸 만들고 운동을 하루에 두세 번씩 계속 했어요. 원래 한 번밖에 안 하는데 템포와 경기력을 올리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많을수록 운동량을 반대로 더 높여야 된다는 마인드라서.

- 신체적으로는 20대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나요?
그걸 스피드로 판단하는데 지금까지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공을 치고 들어갔을 때 딱 보면 아는데, 아직까지는 운동량을 그대로 유지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모르죠. 한 살 한 살 어떻게 될지.

김인성(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그래도 운동 덕인지 하반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기점으로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어요
일단 감독님께서 선수가 잘하는 부분을 살려주신 게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왜냐면 제가 항상 스피드를 많이 이용해서 상대가 힘들어했는데 포항 특성상 안쪽에서 하는 플레이가 많아요. 그건 저와 반대되는 플레이고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고요. 그 점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ACL 첫 경기였던 하노이전부터 제가 벌려서 공간을 좀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원래 했던 플레이가 많이 나왔어요.

- 전술적인 조정이 있었던 거군요. 그때부터 골도 많이 나왔고요.
공격포인트보다도 플레이 자체가 좋아졌어요. 공간이 없을 때는 상대가 압박을 하면 바로 패스하기 바빴는데 공간이 있으면 공이 없을 때는 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고, 공이 있을 때는 돌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다보니까 원래 해왔던 걸 하면 된다는 마음이 생겨서 그때부터 포인트도 나오고, 플레이 자체가 쉽고 편해졌어요. 그러면서 팀 성적도 잘 나오니까 좋았죠.

- 사실 김인성의 스피드는 축구팬들에게 워낙 잘 알려져있잖아요. 혹시 그밖에 강점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제가 스피드만 활용하다 보니까 공 터치나 이런 기본기 부분이 많이 약할 줄 아는데 그걸 어릴 때부터 많이 연습했거든요. 왜냐하면 아무리 빨라도 터치를 잘못하면 상대 수비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하기 쉽지 않은데 스피드를 받쳐주는 기본기는 자신 있다고 생각해요.

- 지금도 기본기 훈련을 자주 해요?
어린 후배들과 공 터치 같은 것들로 커피 내기를 하는 편이에요. 가끔씩 하면서 유지를 하고 있어요.

- 내기는 보통 이기나요?
공 살리기 같은 건 여태까지 프로 생활하면서 거의 져본 적이 없어요. 물론 동료들은 제가 많이 우긴다고는 하는데 아무튼 자신있습니다.

- 기본기 말고 어린 선수들과 속도 경쟁도 하나요?
마침 또 매치가 잡혀 있어요. (최)현웅이(20세)가 저한테 100m 달리기를 한 번 하자는 거예요.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내기를 한 번 걸어보자, 해서 하노이전 끝나고 며칠 뒤에 잡혀 있습니다.

김인성(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되게 구체적인 내기 일정이네요. 속도 경쟁에서도 진 적이 없는지, 아니면 정말 빠른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대가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우리 팀 선수들만 해도 완델손도 있고 (정)재희도 있어요. 물론 스피드가 빠르다는 건 도움이 되겠지만 그걸 어떻게 이용하냐가 중요하죠. 호흡 관리를 해야 돼요. 수비하다가 너무 힘을 빼서 공격할 때 호흡이 안 되면 우사인 볼트라도 속도를 100% 못 내거든요. 그런 것도 눈치껏 다 관리하면서 경기를 운영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그게 체력이 좋은 선수도 자기가 호흡이 차 있을 때는 돌파를 절대 못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경험이 있으니까 편한 것 같아요.

- 어렸을 때 육상부를 했던 영향인가요?
육상부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제가 빠르니까 한 번씩 시합만 학교 대표로 나가라고 그랬죠. 육상에 대한 흥미가 없었는데도 나갔다 오면 100m, 200m 다 1등을 해오니까 조례시간마다 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육상부 보면 맨날 뛰기만 하잖아요. 저건 싫다고 생각했어요. 대회 때만 나가서 상만 타고 빠지고 하는 스타일이었죠.

- 축구에는 어릴 적부터 흥미가 있었던 건가요?
축구는 그래도 좀 흥미가 있었어요. 감독님들이 육상 대회를 보고 스카우트도 왔었지만 내가 축구를 하고 싶어서 찾아가서 축구를 했던 것 같아요.

- 확실히 선수 경력을 돌이켜보면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잖아요. 그런 게 선수 생활에 큰 자양분이 됐나요?
일단 뭐라도 되려면 거기에 무조건 많은 시간을 열정적으로 쏟아야 된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단순하게 여기서 축구를 잘하고 성공하려면 축구에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서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열정을 쏟았어요. 다 그렇게 한다고 최고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더 높게 올라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그 분야에 대해서 자기가 성공을 하고 싶으면 거기에 대해서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된다는 게 솔직히 가장 맞는 것 같아요. 운까지 따르면 더 대박이겠지만요.

- 말마따나 우승이라는 것도 운이 따라야 하는데 이전 구단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FA컵을 들어올렸어요
우승을 한 여러 번 했는데, 감독님에게는 첫 우승이더라고요. 포항으로 불러 준 감독님의 첫 트로피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번처럼 홈팬들 앞에서 결정을 지었던 게 몇 번 없었거든요. 그게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대부분 상대 원정에서나 제3구장에서 우승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팬들이 다 와서 축하받기가 쉽지 않은데 그날은 좀 더 의미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김인성(왼쪽, 포항스틸러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본인도 FA컵 준결승전에서 원더골로 동점골을 넣어 우승에 기여했잖아요. 슈팅할 때 들어갈 것을 느꼈나요?
앞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공이 위로 뜬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더 눌러서 차려고 했죠. 구석으로 가는 게 보였어요. 이건 들어갔다 생각하고 좀 짜릿했던 것 같아요. 제주가 그날 유독 강하게 나왔어요. 리그에서 붙을 때는 좀 조절하면서 하는데 FA컵은 제주도 걸린 게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공격수들부터 강하게 나왔는데, 우리가 선취골을 먹히고 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골이 들어가면서 '됐다'라는 생각이 들어 짜릿짜릿했어요. (경력을 통틀어 최고의 골인가요?) 그게 베스트 골이에요. 인천에 있을 때도 그렇게 구석으로 넣은 게 있었는데 그때보다 더 짜릿했던 것 같아요.

- 포항에서 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여러 구단을 거치면서 느낀 게 있을 텐데 포항은 다른 구단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일단 시설이 참 좋아요. 보다시피 주변에 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웃음). 웨이트장, 사우나, 식당 이런 게 너무 잘 되어 있고요. 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관계도 정말 딱딱하지 않은 부분이 되게 좋아요. 그래서 선수들이 자유롭게 의견낼 수 있고, 코치들도 편하게 얘기해주고, 감독님도 그렇게 해주는 게 포항만의 차이점 같아요.

- 본인이 말한 게 실제로 적용되기도 했나요?
전 시키면 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이제 왔는데 뭘 알겠어요? 그런데 고참 선수들과 얘기할 때 제 생각을 물어오면 가감없이 얘기를 하죠. 주장 (김)승대나 부주장 (하)창래나, (신)광훈이형과도.

- 축구는 베테랑인데 포항에서는 신참이네요
그렇죠. 구단 룰을 잘 몰라요. 그래도 이적을 하도 하다보니까 구단마다 비슷한 건 어느 정도 알고. 오히려 K리그에 아는 선수들이 많아서 어디 이적할 때 연락하는 건 있어요. 포항에서는 물어볼 만한 선수가 (신)진호 형이었는데 그새 떠나서 좀 곤란했죠.

- 팀도 그렇지만 감독도 여럿 거쳤잖아요. 지금 김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각자 특징이 있으신데 김 감독님은 선수가 잘할 수 있는 걸 하게 만들 수 있으세요. 또 매 경기마다 상대 장단점을 잘 알아내시는 것. 그건 감이죠. 그 능력이 되게 좋으신 것 같아요. 축구라는 게 정답이 없어서 의도대로 되지가 않거든요. 변수가 되게 많으니까. 그럼에도 확실히 확률 싸움에서 잘 이기시는 것 같아요.

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왼쪽), 김인성(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이제 선수 생활에서 매년이 소중한 시기잖아요. 내년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몸이 안 따라준다 느낀 순간 축구에 대한 미련은 없을 것 같아요. 경기장에 나갔을 때 무조건 잘해야 돼요. 뒤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것도 결국은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이려고 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결과를 중요시 여겼다면 지금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그래야 경기장에서 결과가 잘 안 나와도 후회가 없고, 잘 나온다고 하면 당연히 이렇게 했기 때문에 나오는 거잖아요. 지금은 내년에도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예요.

- 만약에 더 이상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없겠다고 스스로 느끼면 은퇴할 건가요?
그런 느낌이 있으면 그만해야죠. 거기서 더 하고 싶지 않아요. 내 몸 상태가 떨어진다고 딱 느낌이 오면 인정을 하고 받아들일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모르겠어요. 딱히 취미생활도 없고, 밖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만 있어서 지금 몸 관리는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그런 부분이 생기면 미련없을 것 같아요.

- 그러면 포항이 마지막 클럽이 될 것 같나요? 아니면 다른 길이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항상 지금 있는 클럽이 마지막 클럽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여기서 뛸 때 무조건 최대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잘하자, 경기장에서는 추후에는 신경을 안 쓰고 올 시즌 포항에서 뛰는 동안에는 최대한 잘하자, 내년에도 당연히 또 잘해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기 때문에 그래도 1년, 1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 선수 생활 끝난 이후에 대한 계획은 아직까지는 없는 건가요?
아무 계획도 없어요. 좀 쉬어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와이프랑도 한 1~2년은 좀 쉬겠다 얘기를 했고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돈은 자기가 번다고. (웃음)

- 마지막으로 올 시즌 자신의 활약에 10점 만점으로 평점을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요?
6점? 7점? 우승을 했으니 7점으로 해야겠네요. 왜냐하면 적응하고 몸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그래도 빨리 올렸다고 생각하는데 포항 팬들이 봤을 때는 분명 그 시간이 되게 길었을 거예요. 팀은 결과론적으로 아챔 16강에 진출했고, FA컵도 우승했고, 리그도 2등을 하고 있고, 포항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3개 대회를 잘 마친 시즌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7점이지만 팀적으로는 만점 가까이 주고 싶은 그런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