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노란봉투법·방송법 재의요구 건의…이동관엔 "고생 많았다"
한덕수 총리가 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이른바 ‘노란봉투법’ 및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의 재의요구 건의를 재가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별도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 특혜”“공영방송 독립성 저해” 등을 거론하며 각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방송 3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뜻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교섭권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 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그 추천권을 학계와 시민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 총리는 우선 노랑봉투법에 대해 “개정안은 유독 노동조합에만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며 “기업이 노조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려워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하여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노동쟁의 대상도 크게 확대됨에 따라 노조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실력 행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총리는 방송 3법에 대해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목적이라지만, 오히려 이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고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야당이 예고한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탄핵에 대해서도 “국가 중대사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상황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오로지 민생과 경제를 위해 합심해주시기를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예산안과 민생법안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정부의 재의요구권 의결은 지난 4월과 5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5월 간호법 개정안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형식은 과거와 달랐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엔 한 총리가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방식을 택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28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했을 때 안건을 올릴 수도 있었다”며 “야당을 존중하려 최대한 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야당의 탄핵안에 전날 사의를 표명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입장을 국무위원에게 전했다고 한다. 현장 참석자들에 따르면 국무위원들 사이에서 야당의 일방통행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 총리는 이 위원장에게 “정말 고생이 많았다”는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시정연설 이후 윤 대통령은 야당에 거듭 낮은 자세로 협치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거듭된 강경 공세가 이어지며 대통령실은 답답함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달 순방 기간에도 야당의 일방적인 원전 및 청년 예산 삭감을 보고받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오후부턴 별도의 외부 일정 없이 내주 초로 예정된 막바지 대규모 개각 인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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