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AI와 바이오 융합…신약개발 속도 퀀텀점프"
"기술력 차이 크지 않아…적극적 투자 필요"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인공지능(AI)을 적용한 해외 기업은 18개월 만에 비임상 과정을 끝냈다고 합니다. AI가 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만난 김우연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비임상 과정에는 4~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신약 개발에 필요한 후보물질 발굴이나 임상데이터 분석 등에 AI가 활용되면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키우는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이기도 한 김 센터장은 지난해 3월부터 센터를 이끌고 있다.
2019년 3월 제약바이오협회 산하에 설립된 AI신약개발지원센터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AI 활용을 지원하고 인력 양성과 글로벌 협력을 돕는 기관이다. 이를 통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가속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AI 신약개발을 위한 신기술의 홍보와 기업들의 AI 기술 활용을 지원한다. 현직자와 연구인력, 학생을 대상으로 한 AI 신약개발 교육 프로그램 역시 제공한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센터를 설립한 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AI를 신약 개발 과정에서 활용하면 개발 속도를 단축하는 데 더해 신약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이를 위해 2018년부터 AI 신약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AI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센터를 설립했다.
AI 신약개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AI로 개발해 허가받은 신약은 국내외 전무하다. 초창기 산업인 만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과 국내 기업들 사이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의 논문 수준을 보면 지금도 기술력은 글로벌 기업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와 성과 등에서는 해외가 앞선다. 글로벌 AI 신약개발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2상에 진입한 사례가 있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곳도 여러 곳이다. AI신약 개발 투자의 70%가 미국에서 이뤄질 정도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은 대부분 임상 전 후보물질 발굴 등의 비임상 단계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 52곳의 국내 기업이 88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는 벤처캐피탈(VC)을 중심으로 6000억원가량 이뤄졌다.
센터의 대표적인 역할 중 하나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융합인재 양성이다. 신약개발과 AI라는 두 가지 전문분야를 융합한 만큼,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센터는 AI 신약개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라이드(LAIDD)’를 운영하고 있다. 라이드에서는 현재 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해 약 500시간 분량의 강의를 제공하는데, 대학교수나 연구원, AI 신약개발 기업 현직자 등을 강사로 섭외했다. 수강 비용은 무료다. 라이드 플랫폼에서 강의를 듣는 수강생은 주로 재직자와 대학원생 등이다. 이 중에서도 재직자가 약 62%를 차지한다. 이들의 주된 수강목적은 직무에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2021년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라이드의 현재 가입자 수는 약 5600명이다. 올해에만 2500여명이 라이드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강의 내용이 전문적인 데다 모두가 자발적인 수강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국내 AI 신약개발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김 센터장은 '적극적인 투자'가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신약개발 산업이 초기인 만큼, 투자를 통해 기술격차를 좁히면서도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를 통해 AI 신약개발 산업이 본격화하면 일자리 마련과 인재 양성, 기술발전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글로벌 빅 파마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빅테크들도 AI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는 "미래 산업인 바이오산업과 활용도가 높은 AI가 합쳐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지금은 AI가 쓰일 것이냐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인 김 센터장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화학 박사를 거쳐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20년에는 대한화학회가 수여하는 '젊은물리화학자상'을 수상했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히츠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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