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제약’에 맞서는 ‘개그콘서트’의 험난한 길 [D:방송 뷰]
신인 발굴·웃음 그 이상의 추억
‘개그콘서트’의 무시할 수 없는 역할
3년 만에 돌아온 ‘개그콘서트’가 반가움의 시선과 우려 섞인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코미디를 표방하며 컴백했지만, 내용상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과자 상표 하나도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지상파의 엄격한 제약 속, 코미디언들의 고군분투가 남기는 의미도 분명하다.
지난 11월 12일 K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3년 4개월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개그콘서트’의 대표 코너 ‘봉숭아학당’으로 반가움을 자아내는가 하면, ‘니퉁의 인간극장’ 등 유튜브상에서 인기를 끈 콘텐츠를 ‘개그콘서트’만의 방식으로 옮겨와 유튜브에 익숙한 젊은 층을 겨냥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관심 속 첫 방송에서는 4.7%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일각에서는 ‘변한 것이 없다’는 비판을 보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니퉁의 인간극장’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다. 베트남 출신 니퉁과 그의 남편, 시어머니의 일상을 비틀어 웃음을 유발하는 ‘니퉁의 인간극장’은 이미 유튜브상에서 유행하던 캐릭터, 콘셉트였지만 이날 ‘개그콘서트’를 통해 방송되면서 ‘외국인 비하’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 외에도 여성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일차원적이고,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반대로 ‘개그콘서트’를 향한 잣대가 유독 엄격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코미디언들 또한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 특성상 엄격한 제약이 뒤따르는데, 이에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코미디언 김원효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측이 ‘개그콘서트’ 첫 방송 전, “약 3년 반 만에 돌아오는 새로운 ‘개그콘서트’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웃음과 재미를 선보이기를 기대한다”며 우려를 표하자 “그냥 보면 안 되나”라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첫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려의 시선부터 이어지자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한 코너에서는 지상파 규제를 저격하는 내용을 유쾌하게 녹여내기도 했다. 11월 19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 코미디언 신윤승이 출연해 “공영방송 이러면 안 돼. 이상해. 세상이 변했는데 공영방송 TV 누가 봐.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잖아. 지상파보다 인터넷 방송이 훨씬 재밌지. 이건 제약이 없잖아”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뒤이어 새우 과자를 꺼내 들며 “방송에서 이걸 새우 과자라고 한다. 그런다고 이걸 누가 모르냐. ‘새우X’이라고 왜 얘기를 못 하냐”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언급한 상표명 일부가 묵음처리 됐고, 신윤승은 “이상해. 방금 나 깡이 안 들리지 않았어?”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유발했다.
‘개그콘서트’만이 남길 수 있는 의미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니퉁의 인간극장’의 니퉁 역할을 맡은 김지영을 비롯해 채효령, 서아름, 황은비, 장현욱, 김시우, 이수경, 나현영, 남현승 등 ‘개그콘서트’에 대거 출연 중인 신인, 또는 중고 신인들은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여느 프로그램들이 하지 못하는 ‘신인 발굴’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첫 녹화 당시, 취재진에게 공개한 현장에서는 아빠와 함께 방청을 온 10대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개그콘서트’의 김상미 CP가 유튜브 또는 OTT 콘텐츠와의 차별점에 대해 “우리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고 말을 한 것처럼, ‘순한 맛’ 개그를 즐기는 이들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시민단체의 지적에 안타까움을 내비친 김원효는 ‘개그콘서트’의 제약에 대해 “물론 제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비하 같은 것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개그콘서트’에 유독 엄격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15세 관람가라고 하더라도, 드라마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적인 표현이 허용이 된다면 ‘개그콘서트’에서는 조금도 허용되지 않는 면이 있다. 정해진 제약이 물론 필요하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요구들도 이어진다”라고 잣대에도 형평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넷플릭스 콘텐츠들과 비교를 하지만, 개그라는 장르만 같을 뿐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플랫폼마다 제약이 다른데, 똑같이 웃길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한계를 짚으며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많은 신인들을 비롯해 ‘개그콘서트’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추억을 회상하게끔 하는 역할도 있다. 이런 개그 프로그램도 있어야 순한 맛을 즐기는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라고 ‘개그콘서트’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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