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면서도 본다, 2030 꽉 잡은 비결은 [다시, 서울의 봄]
최근 X(옛 트위터)에는 스마트 워치를 찍어 올리는 게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다. 이름하야 심박수 챌린지.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보고 아픈 역사에 분개하다보면 심박수가 절로 치솟아서다. 한 사용자가 쓴 “엔딩 직후 심박수 178bm”(@sala********) 게시글을 기점으로 퍼져나간 이 챌린지는 관람객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다. X에는 “관람 중 심박수랑 스트레스 지수가 장난 아님”(@ssog*******), “극이 뒤로 진행될수록 심장 쿵쾅거림. 결말을 알고 봐도 조절이 안 됨. 아니 알고 봐서 더 그런가”(@lund****) 등 생생한 감상을 담은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서울의 봄’ 인기가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개봉 당일이던 지난 22일 ‘서울의 봄’ 관람객이 남성 51%·여성 49%에 30대(29%), 40대(25%), 20대(23%), 50대 이상(18%), 10대(4%) 순이었던 반면, 개봉 8일 차를 맞이한 30일에는 남성 50%·여성 50%로 성비가 동일해졌다. 연령대 역시 30대(30%)와 20대(26%)가 각각 1%포인트, 3%포인트씩 증가세를 보였다. 2030 세대가 비중을 넓히며 40대(23%)와 50대 이상(17%)은 소폭 감소했다. 10대(4%)는 동일했다. 흥행 척도로 꼽히는 CGV 골든에그지수는 개봉 첫날 98%에서 현재 99%로 높아졌다. CGV가 분석한 N차 관람 비율은 개봉 5일 차에 6.1%를 기록했다. 신규 관객 유입이 꾸준할 뿐 아니라 N차 관객까지 양산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유행에 민감한 MZ 세대가 입소문을 끌고 있는 ‘서울의 봄’에 반응했다고 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쿠키뉴스에 “역사 교과서에서 한 줄 정도로만 접했을 12·12 군사반란의 숨은 이야기가 이들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인 만큼 ‘분노의 공감대’가 쌓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극을 보고 분개한 마음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근 유행 중인 심박수 챌린지다. 일부 관객 사이에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처럼 욕설 상영회를 열어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 평론가는 “영화가 긴장감을 잘 끌고 가는 만큼 몰입감 역시 크다”면서 “극에 집중하다 보니 역사를 향한 울분을 더 토해내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근현대사를 향한 MZ세대의 관심 역시 흥행에 보탬이 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울의 봄’이 다루는 이야기가 근현대사에 관심 많은 젊은 층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강사나 유튜버 등 개인이 다루기엔 워낙 방대한 이야기인 만큼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경지로 잘 풀어낸” 것이 ‘서울의 봄’의 인기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SNS에는 근현대사를 다룬 한국영화들의 연표를 공유하는 글과 12·12 군사반란의 굵직한 흐름, 영화와 실제 역사를 비교 분석한 글들이 올라와 호응을 얻었다. X에 올라온 ‘서울의 봄’과 실제 신군부를 비교 분석한 게시글(@MyDr*******), 예습·복습용 PPT 학습 자료(@spo_****) 게시글은 약 1만2000회, 9600회씩 재게시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는 MZ세대에게 심박수와 분노 인증은 새로운 놀이문화가 됐다. ‘서울의 봄’이 유행으로 떠오르며 신규 관객 유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됐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 CGV 영등포점에서 만난 유민진(27)씨는 배우 황정민의 연기 변신과 SNS 속 심박수 챌린지 게시글에 호기심이 생겨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유씨는 “보면서도 심장이 두근대는 게 느껴졌다”면서 “내가 알던 황정민이 황정민처럼 보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함께 영화를 관람한 김유진(29)씨는 실화를 다룬 프로그램 마니아다.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던 그는 12·12 군사반란에 궁금증이 샘솟아 극장을 찾았다. 김씨는 “SNS 속 후기글처럼 화가 많이 난다”면서 “어렴풋이 알기만 하던 사건의 이면을 알 수 있어 의미가 깊었다”고 했다. 영화를 제작·배급한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를 본 MZ세대가 자신의 반응을 SNS에 표현하다 보니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났다”면서 “입소문과 더불어 작품 완성도가 높은 덕에 관객 호응이 더 뜨겁다”고 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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