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벌써 8명 숨졌다…'최고안전책임자' CEO와 분리 안한 DL이앤씨
8명.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DL이앤씨(옛 대림산업)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숫자다. 단일 기업으로 최대치다. DL이앤씨는 1일 국회에서 열리는 산업재해 청문회를 앞두고 재발방지 대책에 힘쓰고 있지만, 주택 건설 부문에서 전문적인 최고안전책임자(CSO) 없이 최고경영자(CEO)가 겸직하는 등 여전히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국내 주요 건설사 6곳(포스코이앤씨·GS건설·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DL이앤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CSO를 CEO와 별도로 분리하지 않은 기업은 DL이앤씨가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e편한세상’의 건설사인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단일 기업이다. 지난해 4차례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했고, 올해도 3건의 사고에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CSO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이 도입한 직책이다. 실제 DL이앤씨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건설사는 모두 CSO를 CEO와 별도로 분리했고, 독립 기구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의 경우 안전보건실장을 별도 CSO로 선임해 관리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선 지난해부터 중대재해 사망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DL이앤씨는 조직도상 각 부문(주택·토목·플랜트)별 CSO를 두면서도, 주택 부문에선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CSO를 겸직하고 있다. DL이앤씨 측은 “공정을 잘 이해해야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만큼 경영지원본부장 겸 주택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마 대표가 주택 부문 CSO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CEO가 CSO를 겸직함으로써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 책임자와 안전 책임자는 분리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경영 효율화 전략에 적절히 제동을 걸어주는 역할을 안전을 책임지는 CSO가 수행해야 하는데, 두 책임자가 동일하다면 내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웅래 의원은 “CEO가 CSO를 겸직하면 안전보건을 위한 내부 견제기능이 무용지물이 된다”며 “DL이앤씨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형식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DL이앤씨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1년 260건이었던 산재 승인 건수는 지난해 302건으로 16.2% 뛰었다. 올해는 1~10월 기준 322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사고 산재가 251건, 질병 산재가 7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발생한 3건의 중대재해에서 인재(人災) 정황이 나타났다. DL이앤씨가 국회 환노위에 제출한 79페이지 분량의 ‘중대재해 종합대책’ PPT를 입수해 살펴보니, 지난 7월 4일 e편한세상 신곡 파크프라임 현장에선 콘크리트 타설 장비를 올리던 중 작업대가 낙하해 장비 운전원 1명이 사망했다. 사고 경위와 관련해 DL이앤씨는 “관리자가 부재한 점심시간에 임의작업이 이뤄진 도중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기재했다. 8월 3일 서울 방배 아크로리츠카운티 현장 사고에 대해선 “작업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작업을 진행하던 중 익사했다”, 같은 달 11일 부산 레이카운티 현장 사고와 관련해선 “신고되지 않은 임의작업을 하다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모두 사고 발생 원인이 하청의 부주의에 있다는 취지지만, 안전 책임 의무가 있는 원청이 ‘을’의 위치에 있는 협력업체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의원은 “작업현장에 허가받지 않은 인력이 들어가서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DL이앤씨가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것으로 안전불감증의 전형”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회 환노위는 1일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고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불러 잇단 사망사고 경위와 재발방지책에 대한 질의를 할 계획이다. DL그룹도 청문회 출석에 앞서 지난 21일 산업재해 관련 유족들에 대한 사과와 합의를 진행하고, 협력사들과 중대재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사고 발생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진정성 있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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