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카운터어택] 당신을 향한 응원가

원곡은 핀란드 메탈 밴드 스트라토바리우스가 1996년 4월 발표한 정규 5집 수록곡 ‘포에버’다. 국내에선 같은 해 9월 KBS 드라마 ‘첫사랑’ 주제가로 쓰여 인기를 끌었다.
이 곡을 처음 주목한 건 고려대생이었다. 2007년 이 곡 멜로디에 ‘우리의 함성은 신화가 되리라’라는 가사를 붙여 응원가로 썼다. 원곡과 같은 제목의 이 곡은 ‘민족의 아리아’ ‘뱃노래’와 함께 2000년대 고려대 3대 응원가가 됐다.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도 이 곡의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8, 9회쯤 LG 트윈스 팬들은 ‘오오오오오~’를 시작하고, 스타카토로 ‘무’ ‘적’ ‘엘’ ‘지’를 연호한 뒤, ‘승리의 함성을 다 같이 외쳐라, LG의 승리를 위하여’를 반복한다. 제목마저 ‘승리의 노래’인 이 곡이 나온다는 건 LG가 이겼다는 의미다.
![지난달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LG 팬들. 우승 직후 팬들은 ‘승리의 노래’를 합창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1/joongang/20231201002803952dcuz.jpg)
지난달 13일,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 장내 아나운서는 이렇게 외쳤다. “전주만 들어도 눈물 나는 바로 그 음악.” 백발의 LG 팬이 떼창하는 장면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최근 눈시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물을 쏟게 한 일이 있었다. 번호로 호명된 무명가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찾는 ‘싱어게인3’이라는 JTBC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 생긴 일이다. 지난달 9일 방송분에 낯 가리는 표정과 왜소한 체격, 여느 출연자와 비교되는 소박한 차림새의 한 가수가 나왔다.
‘74호’로 불린 그는 자신을 “응원을 부르는” 가수라고 소개했다. 짧은 기타 리프 전주에 움칫했던 심사위원들은 첫 소절에서 일제히 팔을 치켜들었다. 74호는 국민 응원가라 할 수 있는 ‘질풍가도’의 원곡 가수였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눈물이 왈칵.
세상 반응은 뜨거웠다. “개인적 사정으로 2008년 이후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다”는 74호에 응원이 쏟아졌다. 특히 안타까운 개인사가 알려지면서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용기를 줬으니, 이제는 용기를 받을 차례”라는 한 심사위원 얘기와 비슷한 결의 댓글이 쇄도했다. 그의 방송 출연분 유튜브 동영상 클립은 조회 수 800만을 돌파했다. (안타깝게도 74호는 팀 대결을 앞두고 자신의 건강 문제로 팀원이 피해를 볼까 봐 유정석이라는 이름을 공개하고 중도 하차했다.)
응원가. 누군가를 향해 부르지만, 부른 사람도 용기를 얻고 힘을 낸다. 한 달 남은 2023년, 지난 11개월을 열심히 살아온 당신을 향해 남은 기간도 꿋꿋이 버티자는 뜻에서 2인조 밴드 ‘어쿠스틱 콜라보’가 2014년 발표한 곡의 가사를 전한다. ‘꿈꾸던 세상과 많이 다른 현실에, 크게 실망하고 점점 지쳐가지만, 그래도 언젠가 이루어질 그대의 세상, 내가 그대를 항상 응원할게요.’ 이 곡의 제목은 ‘응원가’다.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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