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권 어디서든…전자책 읽는 2030 몰려 [영업이익 강소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11.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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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밀리의서재

14.8권. 독서 인구 1인당 연간 평균 독서 권수(통계청 ‘2023년 사회조사’)다. 2년 전(15.2권)과 비교하면 0.4권 감소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13세 이상 인구의 절반가량은 지난 1년 동안 독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출판업계 입장에서 보면 어두운 소식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선전하는 독서 플랫폼이 있다. ‘밀리의서재’다. 2016년 출범한 이 플랫폼은 꾸준히 성장, 올해 3분기에는 매출액 14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32% 증가한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 성적이다. ‘책을 멀리하는 세태’에 이런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이 뭘까.

창업자 서영택 대표
밀리의서재 어떤 회사?

‘꿀이 흐르는 마을’…2016년 설립

창업자는 서영택 대표. 2016년 설립했다. 밀리는 ‘꿀 밀(密)’에 ‘마을 리(里)’를 결합한 단어로 ‘꿀이 흐르는 마을’을 뜻한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가치 있고 재미있는 ‘독서 일상’을 제공하고 출판 생태계에도 다시 한 번 꿀이 흐르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밀리의서재는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라는 슬로건 아래 2017년 국내 최초로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9년에는 완독형, 요약형 오디오북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이후 오디오 드라마, 챗북(채팅형 독서 콘텐츠), 도슨트북과 오브제북 등 멀티미디어 독서 콘텐츠를 차례로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밀리의서재가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독서 콘텐츠는 타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춰 젊은 세대가 독서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소개했다.

밀리의서재는 15만권의 독서 콘텐츠를 보유하며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콘텐츠양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국내 독서 플랫폼 중에서도 콘텐츠 최다 확보율을 자랑한다. 2023년 9월 말 기준 밀리의서재 누적 구독자는 670만명, 제휴 출판사는 1900곳이다. 제휴 출판사의 경우 연내 2000곳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단기간 내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결은 뭘까. 여러 사건이 있겠지만 2021년 KT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한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제휴(B2BC) 채널이 급격하게 성장한 덕이 컸다. 2021년, 밀리의서재는 KT그룹 일원이 되면서 KT, LGU+ 통신사 제휴 등을 통해 제휴 채널 확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빠르게 구독자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기를 앞당겼다. 참고로 2022년 통신사 연계 첫 요금제 출시 당시 밀리의서재 사용률은 8% 정도였지만 2023년 9월 말 기준 29%를 돌파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밀리의서재는 올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KT 인수하며 기업 고객 급증

밀리의서재가 처음부터 영업이익 강소기업이 된 건 아니다. 흑자전환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최근 상장 이후 실적이 뚜렷한 우상향곡선을 그리면서 눈길을 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만 406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75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154% 증가했다.

밀리의서재는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로 ‘규모의 경제’ ‘이익률 높이는 수익구조’ ‘마케팅 효율화’를 꼽았다.

밀리의서재가 급성장한 이유는 기업(B2B) 고객 확보와 제휴 채널 본격 성장 덕이 컸다. 이렇게 구독자가 증가하니 출판사도 베스트셀러 등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유료 고객 숫자를 늘리면서 손익분기점(BEP) 초과 달성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불러왔다.

참고로 밀리의서재는 제휴 출판사와 우호적인 관계 유지로 15만권의 독서 콘텐츠를 보유 중이다. 경쟁사 대비 신간과 베스트셀러 확보율도 가장 높다. 국내 3사 서점 상위 100위 베스트셀러 확보율은 77%며, 최근 1개월 내 출간된 신간 확보율은 약 40%에 달한다.

이익률을 높이는 수익 구조를 구축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현재 회사 비용 중 약 30%는 마케팅비, 인건비 등 고정비성 비용이다. 그런데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해당 비용이 비례해서 늘어나지는 않는다. 손에 잡히는 책이라면 수요가 증가하면 책을 더 찍어내야 한다. 그만큼 제작 비용이 덩달아 올라간다. 하지만 밀리의서재는 책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만큼, 이용률이 늘어도 비용이 따라서 증가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가 고스란히 높은 이익률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1등 효과’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밀리의서재는 업계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 인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 자체를 알리는 마케팅보다는 기존 구독자를 대상으로 재이용률을 높이는 마케팅 비용 정도만 집행하고 있다. 그만큼 마케팅 효율이 올라가는 셈이다. 또한 구독자 채널 다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이를 통해 기업·제휴 채널을 통한 구독자 유입이 증가했고, 채널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발생하면서 관련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2023년 9월 말 기준 밀리의서재 누적 구독자는 670만명이며, 제휴 출판사는 1900개에 달한다. (밀리의서재 제공)
약점은 없나

독서 인구 감소, 경쟁사 등장 변수

다만 국내 독서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은 취약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밀리의서재가 ‘돈이 벌린다’는 소식에 최근 교보문고나 예스24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사도 구독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경쟁 과열 차원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신사업 안착 여부도 지켜볼 일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밀리의서재는 구독형 독서 플랫폼에서 참여형 출간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밀리 기획 오리지널 작품을 통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검증하고, 올해 5월 출간 플랫폼 ‘밀리로드’를 선보이면서 기존 출판 시장과 1인 출판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어떻게 자리 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물론 위안거리도 있다. 전자책 위상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2017년 34%, 2019년 39%, 2021년에는 50.5%로 크게 뛰었다. 20대를 포함한 성인의 전자책 독서율도 2017년 14%, 2019년 16.5%, 2021년 19%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회사 측은 “독서 기반 콘텐츠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즐기고 이를 통해 밀리의서재가 하나의 독서 커뮤니티로 발돋움하면서 출판 생태계 일원으로서 산업 전반을 더욱 풍성하게 가꿔나가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6호 (2023.11.29~2023.12.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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