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중이라 송금 좀"…교수·공직자 사칭 프로필로 억대 사기

동문회 등 명단 입수…회원에 총장, 교수 행세
유학생, 해외기업인 소개 받아 대리 송금 요구

전 대학 총장, 교수, 공직자 등을 사칭해 교수회, 동문회, 경제단체 회원에게 접근한 뒤 이들로부터 현지 유학생이나 기업인을 소개받아 대리 송금을 부탁하는 수법으로 억대 돈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태국에 은신 중이던 이 남성은 인터폴 국제공조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40대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A씨가 사용한 사칭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미지출처=부산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A씨는 2020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사회 저명인사를 사칭하며 국내외 유학생, 해외 현지 기업인 등 12명으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각종 교수회, 경제단체, 동문회 회원명단을 입수한 뒤 조직도 상위에 있는 전 대학 총장, 교수, 공직자, 사외이사 등으로 행세하며 다수의 회원에게 접근했다. 그는 전 총장 등 고위급과 자주 연락할 일이 없었던 일선 직원 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자신을 실제 인물로 느끼게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꿔가며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A씨는 "베트남 등지에 급히 송금해야 하는데 미국 출장 중이라 곤란하다"며 이들 회원에게 접근해 현지 사업가나 유학생 등을 소개받은 다음 대리 해외송금을 요구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교수, 기업인으로부터 연락받은 유학생, 현지 사업가 등은 별다른 의심 없이 A씨 말에 따라 수백만∼1000여만원까지 송금했다.

A씨는 이들에게 송금액만큼 달러를 보내주겠다며 은행 송금 확인증 사진까지 보여줬지만 위조된 것이었다. 그는 태국 현지 환전상 계좌로 돈을 받은 뒤 이 돈을 찾아 생활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태국에서 2009년부터 14년간 불법체류 중인 상태에서 이 같은 사기 행각을 벌였다. 그는 대포폰 4대를 사용해 사칭 계정 30개를 만들어 12명에게 돈을 가로챘다.

지난 3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 신원과 태국 은신처를 밝혀낸 뒤 인터폴, 태국 경찰, 한국 경찰 주재관과 공조해 지난 6월 현지에서 A씨를 검거해 4개월 만인 지난달 국내로 압송했다.

이재홍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카톡 프로필은 조작이 가능한 만큼 지인이 금전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