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셀프 공천관리위원장' 추천…김기현 2시간 만에 거부

김효성, 전민구 2023. 11. 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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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겨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지도부·친윤·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를 6호 혁신안으로 정식 의결했다. 인 위원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그동안 당의 책임 있는 분에게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총선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얼마 없다”고 했다. 인 위원장의 구두 권고가 아닌 혁신위 정식 안건으로 '지도부 험지 출마'를 최고위원회에 “의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인 위원장은 “저 자신부터 먼저 희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는 지도부의 공언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 다섯째)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어 “혁신위가 제안한 국민의 뜻이 공관위를 통해 온전히 관철돼 국민이 당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그에 대한 지도부의 답변을 12월 4일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공관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후보 공천을 사실상 결정짓는 자리다. 총선 국면에서는 당대표보다 막강하다는 소리도 있다.

인 위원장의 ‘돌출 발언’은 혁신위 내부에서 사전 논의된 사안도 아니다. 이날 비공개 회의는 혁신안 의결만 이뤄진 채 비교적 짧은 45분 만에 끝났다. 인 위원장은 회의 중 혁신위원에게 “제가 따로 준비한 내용을 브리핑에서 발표하겠다. 거기에 모두가 동의해줬으면 좋겠다”라고만 말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인 위원장의 발언을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너무 놀랐다”며 “혁신위원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지금 아무도 말을 못 꺼내고 있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셀프 추천과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인 위원장의 공개 요구 2시간여 뒤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논란을 벌인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면서 “그간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셀프 공관위원장 추천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도부 중진 의원은 “공관위원장직을 이런 방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혁신위 활동이 코미디처럼 희화화됐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인 위원장은 현재 현역 의원도 아니고, 특정 지역에 공천받은 것도 아닌데 불출마를 시사하는 건 난센스”라며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관위원장직을 달라는 게 본인이 그토록 강하게 촉구했던 '희생'이었나”라고 했다. ‘이준석계’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건강한 당정관계 정립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며 “권력을 좇는 인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썼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공관위 추천 요청을 비판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논란이 커지자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지도부가 ‘공관위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반복하면 국민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혁신안이 수용된다면 제가 공관위원장직을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혁신안을 받아들이라는 일종의 ‘배수진’이었지, 자리를 탐낸 발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혁신위는 다음달 4일까지 지도부 반응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혁신위 동력이 약해진 가운데 '셀프 공관위원장'까지 나왔기에 (혁신위는) 조기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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