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된 교실,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김준모 기자]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괴물>은 일본 문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3인방이 뭉치며 마스터피스의 초석을 다진 작품이다.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을 통해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에 올라선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을, 드라마 <마더>로 유명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을 맡았다. 여기에 최근 생을 마감한 음악계의 거목 사카모토 류이치가 참여하며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괴물>은 다른 시점의 세 가지 파트를 통해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그 시작은 싱글맘 사오리다. 사오리는 초등학생 아들 미나토의 변화에 의문을 품고 추궁한다. 그리고 담임교사 호리가 아이에게 '돼지의 뇌를 가졌다'고 폭언하고, 얼굴을 손으로 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오리는 학교에 항의하지만 교장 후시미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실망한다. 이에 사오리는 일을 키우며 호리가 직접 사과하게 만든다.
▲ <괴물> 스틸컷 |
ⓒ 미디어캐슬 |
사회가 정한 규격에 내 아이가 맞지 않기에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분노가 그 마음에 있음을 사오리의 시선을 통해 강조한다. 사오리가 선에 맞춰 주차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나 미나토와의 대화는 이런 심리상태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더해서 세탁 일을 하는 사오리가 다림질을 하는 장면은 일종의 맥거핀으로 작용한다. 지금 사오리는 구겨진 미나토를 펴고자 하고, 미나토를 구긴 호리는 괴물이라는 생각을 관객에게 심어준다.
이 생각은 파트2, 호리의 시점에서 바뀌게 된다. 호리를 상징하는 요소는 그의 방 안에 담겨있다. 바닥에 누워있는 금붕어는 호리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독특한 면이 있다는 점을, 그의 취미가 책에서 틀린 글자를 찾아 출판사에 연락하는 것이라는 점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특별함으로 볼 수 있는 호리의 기질이 그가 교실에서 겪은 문제에서는 최악의 상성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 <괴물> 스틸컷 |
ⓒ 미디어캐슬 |
이 시점에서 호리의 눈에는 학부모 사오리와 자신의 편에 서주지 않은 동료 교사들, 그리고 미나토와 요리를 비롯한 아이들이 모두 괴물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은 <케빈에 관하여>처럼 미나토를 괴물로 태어난 아이로 묘사하기 위해 파트를 나눈 것일까? 세 번째 파트에서 영화는 미나토를 주인공으로 요리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 세상에는 괴물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괴물로 바라보게 만드는 시점과 편견이 존재할 뿐이라고.
이 핵심적인 메시지는 영화의 오프닝인 화재 장면에 잘 담겨 있다. 이 장면은 각 파트에 따라 그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진다. 사오리 파트에서는 건물이 멀리서 불타는 걸 바라보는 구경, 호리 파트에서는 그가 불을 지른 것이 아니냐는 음침한 오해, 미나토 파트에서는 그 진실과 함께 아이들의 슬픈 비밀이 드러난다. 화재가 벌어진 사실은 하나인데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을 작품은 장면과 구성, 그리고 주제의식을 통해 전한다.
▲ <괴물> 스틸컷 |
ⓒ 미디어캐슬 |
이런 인식으로 인해 후시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손녀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그녀의 잘못일 수 있다는 풍문은 점점 사실처럼 굳어져 간다. 후시미의 문제에서 중요한 건 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이 사건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이다. 후시미의 극적인 변화는 어른들은 몰랐던 미나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열쇠가 된다. 미나토와 요리가 함께 있는 주된 공간인 폐철도와 탈선한 듯한 열차는 현재의 교육환경을 상징한다.
▲ <괴물> 스틸컷 |
ⓒ 미디어캐슬 |
이 희망을 위해서는 교사(호리와 후시미)와 학부모(사오리)는 물론 학생들(미나토와 요리) 역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닌 어떻게 하면 문제를 더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같은 존재가 되어야 함을 작품은 보여준다. <아무도 모른다> <어느 가족> 등을 통해 아동문제를 고민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사카모토 유지의 시나리오를 연출하며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깊게 파고 든다.
교육 문제를 방치하면 그 피해는 가정이, 그리고 사회가 짊어지게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최근 국내 교육계는 교사들의 자살 문제와 주호민 사건으로 인해 교권하락 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다. <괴물>은 건강한 사회의 시작은 교육에서 온다는 점을,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더 나은 방향을 위해 함께해야 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의성에 있어 최상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스크린은 물론 그 밖에서도 '괴물'이 누구인지 찾고 있던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운명이 걸렸다, 총선 시뮬레이션 결과 공개
- '의장실 점거' 없었다... 이동관·검사 탄핵 카운트다운 시작
- 인요한 제안 2시간 만에 거절한 김기현... "수고 많으셨다"
- [단독] 검찰 불구속기소 직후, 사건 브로커 '벤츠' 받았다
- 어른들 운동할 곳이 없어서, 애들 운동장을 쓰겠다고?
- 20년 차 편집기자가 물었더니... AI의 뭉클한 답변
- 한은 총재 "최근 물가 상승 현상은 일시적, 금리 동결"
- 박진 "엑스포 결과 국민에 송구... 문재인 정부와는 무관"
- 김용 '유죄 판결'에 이재명 첫 반응 "재판 끝난 것 아냐"
- '이동관 탄핵안' 카운트다운에 국힘, 국회의장 사퇴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