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도출 가능할까…'석유 수출국' UAE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 논란
파리협약 중동 첫 서명국이지만,
2027년까지 원유생산량 확대 계획
회의 직전 바이든 불참·석유장사 논란도
중동의 전통적인 석유 수출국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30일(현지시간)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열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 자체가 UAE에서 열리는 데다 COP28 의장을 맡은 인물이 석유회사 최고경영자(CEO)여서 관련 논의는 물론 최종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행사 하루 전인 29일 "이 석유 왕국(UAE)이 COP28을 시작하며 기후 문제 활동가들을 놀라게 하게끔 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석유 대국이 주최하는 유엔 기후 콘퍼런스인 COP28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UAE에서 이번 회의가 열리는 것에 의미를 담아 보도했다.
COP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UN)이 주도해 만든 200여개국의 연례 회의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첫 회의가 열렸고 이후에도 회의가 지속되면서 올해로 28년째 열리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총회 이름은 COP28로 정해졌다. 올해 회담은 7만명 이상이 참석,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COP28에서는 각국 지도자들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보다 더 높아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빈곤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부유국이 재원을 마련하는 기후 재정 관련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러한 논의가 석유 강국인 UAE에서 열리게 된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UAE는 중동 지역에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한 첫 국가이자 이 협약에 맞춰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한 국가다. 하지만 UAE의 국영 아부다비 석유회사인 애드녹이 지난해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20년 400만배럴에서 2027년 500만배럴로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상충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 연구단체인 기후행동추적은 UAE가 계획대로 석유 생산량을 확대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애드녹의 CEO이자 UAE 재생에너지 기업인 매스다르의 회장인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COP28 의장을 맡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엔은 COP 회의를 매해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동유럽,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서유럽 등 5개 지역을 돌려가며 진행해왔다. 올해는 원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열려야했는데 2021년 UAE가 입찰에 나섰고 반대 없이 의장국이 됐다.
WP는 "의장국이 약 200개 국가의 대표단을 모아 합의문에 동의하게끔 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면서 "과거 콘퍼런스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했을 때 의장국은 보통 협상을 준비하고 주요 세계 정상들을 만나며 의견차를 조율하는 데 최소 1년을 썼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UAE가 이번 행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인파를 두바이로 끌어들여 경제적 효과를 보기 위해 회의를 유치했다고 보고 있다.
행사를 앞둔 지난 27일 탐사보도 매체 기후보고센터(CCR)와 BBC방송은 자베르 장관이 올해 7~10월 각국 관계자와 회의할 때 썼다는 브리핑 자료를 공개하며 "총회와 관련한 외국 정부와 회의에서 석유·가스 거래 로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세계적인 회의를 개최하면서 뒤로는 석유 장사를 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UAE 측은 보도에 활용된 문서가 부정확한 자료이고 COP28과 관련한 회의에서 사용되지 않았다"면서 BBC가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한편, 고물가 등 경제 이슈와 우크라이나-가자지구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현안 여파로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면서 COP28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이 회의에 참석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불참하면서 이러한 지적은 힘을 받았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건강 문제로 일정을 취소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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