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회색 코뿔소 'ELS'…투자자 보호 만전 기해야

이선애 2023. 11. 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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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해 위험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켜 '회색 코뿔소'라고 한다.

ELS 발행회사는 ELS가 조기상환돼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수익 상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수십 개의 은행, 수십 개의 증권사의 ELS 판매액을 다 합친 것보다 한 은행이 더 많이 판매했다는 점은 결국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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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고난도 상품일수록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 힘써야

어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해 위험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켜 '회색 코뿔소'라고 한다.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작고 예측이나 대비가 어렵지만 한 번 나타나면 엄청난 충격을 야기하는 뜻의 '블랙스완'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회색 코뿔소'는 금융시장에 종종 등장한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국제결제은행(BIS)·연방준비제도(Fed) 등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충분히 경고했지만, 관계자들은 책임을 회피하며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미국의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파산하면서 국제금융시장으로 위기가 퍼져나갔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인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가 만기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원금에 약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요동친 데에는 당시 100조원이 넘는 ELS 후폭풍도 컸다. 대다수 전문가의 경고에도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ELS를 발행했다. 해외 선물거래소들은 기초자산 가격이 급락하자 국내 증권사에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청했고, 조단위 규모의 자금 여력이 없던 이들은 기업어음(CP)을 찍어대고 여신전문금융회사채를 팔아치워 시장에 돈줄이 말랐다.

ELS 회색 코뿔소가 다가오고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SL 판매 잔액은 20조원이 넘는데, 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불가피하다. 지수가 고점이던 시기에 대거 투자해서다. 지수 회복이 요원해 원금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LS 상품을 발행·판매하거나, 투자할 때 늘 회색 코뿔소 출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파생상품의 운용 목적은 위험회피(Hedge·헤지)와 수익추구로 구분되나 일반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표현이 따라붙을 만큼 위험성이 높다.

ELS 발행회사는 ELS가 조기상환돼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수익 상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 손실 없이 ELS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 가입자에게 상품의 위험을 충분히 알려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불완전판매다. 금융감독원은 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 중이다.

홍콩H지수가 2016년 몇 개월 사이에 49%나 폭락한 전례가 있는데도 고위험 상품을 대거 팔았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등락이 극심했던 상품인 점, ELS의 원금 손실 기준이 발생한 전례가 있던 점을 감안하면 판매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수십 개의 은행, 수십 개의 증권사의 ELS 판매액을 다 합친 것보다 한 은행이 더 많이 판매했다는 점은 결국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투자자에 제대로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고위험·고난도 상품일수록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에 심혈을 기울여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거해 판매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에 고민해야 한다. 시장에는 늘 회색 코뿔소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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