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킬러문항 배제해도 여전한 사교육

이동혁 입력 2023. 11. 30. 07:31 수정 2023. 11. 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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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정답률엔 허수가 있다.

지난 16일 치른 수능 수학 22번을 100명 중 91명이 틀린 것으로 나와(예상 정답률 8.8%) 킬러 논란이 또 일었다.

수시에 올인한 이 학생은 수능 고득점이 필요없어 킬러 준비에 신경쓰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22번의 오답률 상승에 한몫 했다.

킬러 한두 문항을 수능에 내느냐 마느냐는 그래서 대입 정상화의 올바른 착수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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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정답률엔 허수가 있다. 지난 16일 치른 수능 수학 22번을 100명 중 91명이 틀린 것으로 나와(예상 정답률 8.8%) 킬러 논란이 또 일었다. 하지만 이 문항을 100명 모두 풀어서 91명이 틀린 건 아니다. 킬러는 최상위 수험생 중에도 정시생과 수시생 일부만 신경쓰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를 노리는 서울 남학생은 수학 22번을 그냥 찍고 넘겼다. 수시에 올인한 이 학생은 수능 고득점이 필요없어 킬러 준비에 신경쓰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22번의 오답률 상승에 한몫 했다. 국어도 예상 오답률 70% 이상 준킬러 다섯 문항이 지목됐다. 수시 6장을 전부 의대에 낸 광역시 여학생은 16일 1교시 국어 시간에 엎드려 잤다. 지원한 모든 의대의 수능 최저 요구 과목에 국어가 없기 때문이다. 이 학생도 다섯 전부의 오답률을 높였다.

심하게 말하면, 킬러는 상위권 중에서도 풀어야 하는 10명만 풀어서 1명이 틀리고 9명이 맞힌 문제이다. 킬러 한두 문항을 수능에 내느냐 마느냐는 그래서 대입 정상화의 올바른 착수점이 아니다. 다수의 수험생은 ‘수능 킬러’가 아닌 ‘다른 킬러’에 숨을 헐떡인다.

서류 통과 후 2차 시험인 면접(논술 포함)이 ‘다른 킬러’다. 대학 면접의 실상은 이름만 바꾼 본고사다. 상위권 대학 면접에는 수능 킬러를 발로 걷어차는 문제가 나온다. 과거 포스텍 총장이 "수능은 창의력 없애는 최악의 평가"라고 말했듯, 대학이 수능을 불신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면접은 수험생마다 6곳씩 지원하는 대학과 전공마다 천차만별이어서 고등학교 교사가 일일이 챙겨줄 수 없다. 사교육이 필수불가결이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불호령 이후 정부가 사교육업계에 칼을 휘둘렀지만, 2024학년도 입시 진행 중인 대치동 학원가는 그래서 오늘도 불야성이다.

서울대 합격-연고대 불합격도 많고, 연세대는 붙고 고려대는 떨어지거나 그 반대도 수두룩하다. 여섯 대학에 노력을 똑같이 배분할 순 없으니, 수험생은 제1희망대학 위주로 면접을 준비해서 여기저기 붙거나 떨어진다. 수험생은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찾고, 대학도 이 과정에서 인재상에 맞는 신입생을 만난다.

정부는 수능에서 킬러를 빼게 하면서, 동시에 수능 성적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정시 확대를 밀어붙인다. 지난 정부는 인서울 대학의 정시 선발률을 40% 이상으로 법제화했다. 하지만 대학은 울며 겨자를 먹을 뿐, 선발 자율성 없이 일렬종대 수능 성적순으로 뽑는 정시 확대에 거부감이 강하다. 그래서 줄어드는 수시에서 원하는 학생을 한명이라도 더 선발하려고 면접을 강화한다.

정부가 사교육 광풍을 가라앉히려면 수능부터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정시 비중을 높이고 싶어할 만큼 매력적인 평가 도구로 재설계해야 한다. 킬러문항 배제 곁가지 치기로는 턱없다. 윤 대통령이 “창의성과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 되도록 수능의 큰 틀을 다시 짜라”고 지시해야 불길을 잡을 수 있다.

이동혁 사회부장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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