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이폰 없는 애플·접속불가 구글…中공급망 박람회 가보니
개별 부스 연 한국 기업은 딱 한 곳
일각선 상하이수입박람회와 겹쳐 난색
'아이폰 하나 없는 애플, 중국에선 접속조차 되지 않는 구글…'.
영하의 추위가 몰아친 2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시센터 순이관. 중국이 '공급망'을 주제로 전 세계 최초로 개최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제1회 국제공급망박람회(CISCE) 현장은 오전부터 제법 붐볐지만, 곳곳에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전시관이 눈에 띄었다. 애플 전시관은 커다란 사과 문양이 간판에 걸려있을 뿐, 실제 부스엔 부품업체인 파트너사들만 기술과 물건을 홍보하고 있었다. 우회 프로그램 없이는 중국에서 접속조차 불가한 구글은 한켠에 작은 전시관을 마련해 엉뚱한 인재양성 계획을 안내했다.
실질적 성과보단 中에 '성의 표시'
일대일로 국가 및 국영기업 대부분
주최 측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의 홍보대로 박람회에는 애플과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기업을 필두로 글로벌 55개국 515개 기업이 참가해 에너지·스마트카·디지털 기술·생활건강·공급망서비스·녹색농업 등 6개의 주제로 전시관을 열었다. 약 10만㎡, 총 8개동 규모다. 참가 기업의 대부분(74%)은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CATL, TCL, 화룬, 알리바바, 지리자동차, 순펑, 이리그룹, 칭다오맥주 등 현지 기업이었다. 나머지 26%에는 중점 홍보 대상이던 애플, 아마존, 테슬라, 퀄컴, 인텔, HP 등 미국과 보쉬 등 유럽 기업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기업들 상당수는 계약 체결이나 홍보 등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중국 당국에 대한 성의 표시와 지지 표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새롭게 출시된 모델이나 기술에 대한 발표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간판을 떼면 어느 기업을 위한 부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의미한 공간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애플이다. 공급망서비스 전시관에 마련된 애플 부스에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자사 제품은 사진 한 장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현지 터치스크린 공급사인 런스커지, 자동화 기업인 보중, 모듈과 프레임 기업인 장잉징미 등 3개 기업이 소부스를 각각 마련해 부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사실상 애플이 부스 비용을 일부 또는 전체 부담하고 중국 현지 부품 벤더들에게 홍보 기회를 마련해준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대해 보중 전시 담당자는 "비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중국에서 우회 프로그램 없이는 접속조차 할 수 없는 구글도 이날 부스를 마련했다. 마땅한 주제가 없다고 여겨지지만, 이 회사는 의외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워 회사를 홍보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의 장쉬먀오 시장부 담당자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에 우리 기술뿐 아니라 파트너사들을 소개하고 연계해주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정책과 결정을 지지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담당자는 이어 "10여개 파트너사도 바로 옆에 부스를 차렸다"면서 "강요하지는 않았으나, 이들 기업이 자진해서 참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시관에는 지난 4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상하이모터쇼에도 불참했던 테슬라가 부스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테슬라는 모델3 등 기존 주요 모델과 해체된 차 프레임을 전시한 것이 전부였다. 매장 관계자는 "미·중 관계와 무관하게 테슬라는 자사 제품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아" 지적도
한중 관계 악화 탓에 눈치 보기 영향
B2B 행사인 상하이수입박람회와도 겹쳐
이번 박람회에 개별 기업으로 부스를 연 한국 기업은 전기차 부품업체인 이지트로닉스 한 곳뿐이다. 이 회사의 강찬호 대표는 "한국이나 중국 정부의 지원은 없었으나, 시장 진출과 협력을 타진하기 위해 참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포스코, CJ 등 현지에 진출해있는 주요 대기업은 별도로 참가하지 않고 담당자 등이 현장을 찾아 둘러봤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시기적으로 참가를 결정하기 어려웠고, 필요성도 떨어졌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한 국내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공급망 차원에서 기대할 것이나 할 역할이 별로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면서 "특정 제품을 새롭게 출시했다면 홍보의 필요성이 있었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행사의 목적이나 취지가 이달 초 열린 상하이수입박람회와 상당히 겹친다"면서 "대부분의 중국 진출 기업들은 박람회 예산과 인력이 한정돼 있어 같은 달 두 가지 대형 행사를 모두 참가하기 무리"라고 말했다. 또한 "주최 측이 홍보를 시작했을 무렵은 연간 예산이 모두 정해진 뒤였다"고 덧붙였다. 중국 현지에 있는 국내 싱크탱크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한중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대기업들의 경우 무리해서 참가하기엔 눈치가 보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도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광저우에서 개최된 광저우모터쇼에서 친환경 브랜드의 라인업과 주력 브랜드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기자간담회도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한편, CCPIT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공급망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행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9870억1000만위안(약 178조4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줄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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