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만 생존…경남 화훼연구소의 뚝심 통했다 [新농사직썰-월령가⑯]

배군득 2023. 1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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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2만 품종 중 선별은 1~3개
장미 국산화로 로열티 대응
소비자에 맞춘 화훼 개발에 속도
경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는 자체 개발 품종으로 농가 수익과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까다로운 선발절차는 화훼연구소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품종을 개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수입산보다 경남 품종이 더 유명해진 거베라는 국산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편집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화훼시장에 나오는 꽃들은 대부분 수입한 품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해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에서 나리와 거베라의 국산품종을 연구개발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 우리 화훼시장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생각을 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는 이런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경남에서 직접 개발한 품종들은 이미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향후 개발되는 품종들 역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까다롭게 연구가 진행 중이다. 경남화훼연구소가 개발한 품종이 날개를 달고 해외에서 명성을 떨칠 날이 머지 않았다.”

경남은 국내 최대 화훼단지로 유명하다. 특히 거베라가 최근 화훼농가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 화훼농가들은 대부분 국산품종을 재배한다. 그것도 경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이하 연구소)에서 개발한 순수 경남 품종이 대부분이다.

농가에서 연구소 개발 품종을 선호하는 것은 까다로운 선발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농가에 보급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연구소 품종이 농가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박현근 경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연구사는 “연구소에서 육성하는 개체는 1년에 1만~2만개나 된다. 이중 선발되는 확률은 0.01%에 불과하다. 1년에 1~3개 품종만 살아남는 것”이라며 “농가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더 신중하고 경남 지역 재배 환경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베라 농가에서 출하된 거베자 작업에 한창이다. 모두 화훼연구소에서 선발한 품종들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수입산 보다 국산이 좋아”…명품 거베라는 단연 경남

최근 경남에서는 거베라 재배가 한창이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경남 품종 거베라가 색감, 생산량, 수익 모두 월등하다는 것이 농가들의 반응이다.

경남 김해에서 거베라 농사를 짓는 김경태씨는 “올해 처음으로 거베라 농사를 하고 있는데 국내 품종, 특히 경남 화훼연구소에서 개발한 거베라는 수입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며 “경쟁력도 충분하고 시장도 안정화 돼 있어서 당분간 거베라 재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베라는 남아프리카 원산지로 화사하고 선명한 색의 꽃이다. 노란색, 빨간색, 오렌지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의 품종들이 있다.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어 축하용 화환에 많이 사용된다. 농가에서는 여러가지 품종을 골고루 심어 다양한 색의 꽃을 생산 중이다.

국내 거베라는 주로 경남과 경북에서 재배 중이다. 초기에는 대부분 수입품종에 의존했는데, 최근에는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 보급 면적이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경남은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거쳐 자체품종을 내놓고 있다. 레드자이언트, 썬스파, 문비치, 그린볼 등이 경남에서 연구개발한 대표적인 거베라 품종이다.

박현근 연구사가 경남 거베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레드자이언트는 2015년 인공교배를 시작해 4년간 선발과 특성검정 과정을 거쳤다. 2019년 국립종자원에 보호출원해 2020년 1월 품종보호권을 획득했다. 적색 절화용 대륜 거베라로 갈색 화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김해, 밀양 일부 농가에서 재배 중인 레드자이언트는 비교적 큰 대륜화여서 화경장이 길고 절화수량이 많아 농가에서 관심이 높다. 외국품종 중 적색인 ‘나타샤’를 대체할 만한 품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썬스파는 2013년 인공교배를 시작해 5년간 선발과 특성검정 과정을 거쳤다. 주된 화색이 적색이고 2차색이 황색인 복색 절화용 대륜 거베라다. 적색 바탕과 노란색 가장자리가 중심부의 녹색화심과 조화를 이뤄 세련된 느낌을 준다. 기호성이 높고 포기당 연간 절화수량은 49개 정도로 많은 편이다.

문비치는 분홍색과 백색 2가지색을 가진 대륜화다. 썬스파와 같이 세련된 느낌의 대륜화라는 점에서 화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분홍색 바탕과 백색 가장자리가 중심부의 녹색화심과 조화를 이뤄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린볼은 꽃잎이 퇴화되고 없는 변이품종이다. 볼 형태의 화형을 가진 절화용 미니 거베라다. 수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변이다보니 대륜 거베라와 달리 꽃꽂이 소재용으로 이용 가능하다. 아직은 소재용 거베라 시장이 작은 편이어서 한번에 많은 양을 재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남 화훼 연구개발의 시작 ‘화훼연구소’

경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는 경남 지역 화훼생산의 출발점이다. 지난 1994년 직제 신설 후 2008년 화훼연구소로 명칭을 변경 후 경남의 화훼 신품종 개발에 혼신을 쏟고 있다.

그동안 육성한 신품종은 342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화가 172종으로 가장 많다. 그 뒤로 장미(72종), 거베라(60종), 호접란(25종), 나리(7종), 카네이션(6종) 등이다. 지난 2019년에는 수출용 스프레이 장미인 ‘햇살’이 대한민국우수품종상을 수상하는 저력도 과시했다.

화훼연구소가 지금까지 개발한 품종들은 성과에서도 나타난다. 경남이 왜 ‘화훼 1번가’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소가 신설된 이래 지난해 기준 396.5ha에 보급됐다. 수치로는 로열티 71억2000만원, 농가수익 770억원 창출 효과를 거뒀다.

장미는 화훼연구소의 최고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화훼연구소 신품종이 인기를 얻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장미 등 2화종의 절화는 수출에서 재미를 봤다. 1700만본을 일본에 수출해 86억원을 달성했다. 연구소는 향후 소비자 선호형 절화 신품종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미는 로열티 대응, 국화는 신화형・화색 및 생산비 절감형 품종 개발에 나선다. 거베라는 소비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또 분화국화 등 고부가가치 돌연변이 신품종 육성도 속도를 낸다. 실내 화훼이용 확대 등 생활형 분화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 다변화 대응과 화훼이용 확대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권오근 경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은 “소비자 요구도가 무엇인지 파악해 다양한 용도의 경남 우수 화훼품종을 육성, 품종 보급 확대와 소비촉진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생활, 베란다용 분화, 화단, 정원용 노지품종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도시・치유농업 모델을 개발해 화훼를 통한 문화 콘텐츠 조성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12월 14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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