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금융] 공매도 금지를 왜 했는지 근본적인 고민 해봐야
기고 나채용 금융정책연구원 원장 대진대 특임교수
숲에는 많은 나무들이 자란다. 산 밖에서 볼 때 쭉 뻗은 큰 나무는 숲에서 주목받는다. 그러나 그 나무가 산을 대변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라는 큰 나무가 있다. 큰 나무에 의해 주식시장이 움직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한데 최근 1년간의 거래량을 기준으로 개인투자가들이 80% 이상(한국거래소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혹은 개미투자자로 불리는 이들은 주식시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비대칭성과 자본의 집중도 부재로 시장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주인공이 되지 못한 주류에게 희망적 뉴스가 생겼다. 2023년 11월 6일부터 2024년 6월30일까지 공매도가 금지되었다. 2008년 글로벌위기, 2011년 유럽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4번째 금지이다. 앞선 3번의 공매도 금지 시행으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2008년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각각 -3.0%, +20.0%(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29일), 2011년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각각 +5.6%, +12.3%(2011년 8월 10일~2011년 11월 9일), 2020년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각각 +77.7%, +87.7%(2020년 3월 16일~2021년 5월 2일)를 기록, 상승했다.
이번 공매도 금지 첫날 3년 5개월 만에 선물가격 급등으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되는 등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 누적이 많은 종목은 이 기간 동안 수혜를 볼 것이고 지수 상승도 견인할 것이라 예상된다.
물론 부정적인 견해들도 존재한다. 공매도 금지는 향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편입에도 부정 요소로 작용하고 과대평가된 종목에 대한 견제 기능 약화 등의 문제도 안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공매도는 순기능마저 희석되고 있다. 공매도 자체가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 부정의 단어가 되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공매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일부 소규모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금지시키자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현상이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공매도 금지가 되었다고 한다.
국내의 많은 언론사들도 앞다투어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 제한적 주가 상승, 자본시장의 자율성 침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충분히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논란에도 “왜?” 공매도 금지를 했는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한다. 오랜 시간 제기되어온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공매도는 상환기간 통일과 공매도 전산시스템의 완성, 불법 무차임 공매도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을 통해서 공정한 투자의 틀을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은 확보되었다. 금융시장에 안정성과 공정성을 다지기 위한 기간이 되어야 한다. 공정성은 다수의 투자자에게 공평한 기회 제공이어야 하며 이는 부정적 공매도 인식 전환에 시작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가장 큰 손은 1400만의 개인투자가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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