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거 5년 지나서야 유죄…송철호·황운하 임기 다 채웠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피고인들이 재판 시작 3년10개월 만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허정무·김정곤)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겐 징역 2년의 실형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후보의 청탁을 받고 하급자에게 김기현(당시 울산시장) 국민의힘 대표 주변에 대한 수사를 시키고, 백원우·박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송철호·송병기의 청탁으로 문해주 청와대 행정관이 만든 불법 첩보를 경찰에 전달했다는 게 유죄 이유의 골자다. 재판부는 불법 첩보 보고서를 작성한 문해주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에 당시 송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하던 임동호 전 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한병도(전 청와대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부임 후 첫 외부 인사 식사자리를 송철호와 가진 뒤 김기현 당신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 수사를 ‘적폐청산’으로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세웠다”며 “차기 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야당 현직 시장에 대해 수사가 시작될 경우 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또 황 의원이 수사를 진척시키기 위해 수사 담당자들을 부당 발령내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황운하·백원우·박형철·문해주 피고인에 대해 “수사기능·감찰기능을 특정인·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했다”며 “경찰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친 선거개입 행위를 엄중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매우 크다”고 질책했다.
2020년 1월 검찰 기소 이후 3년10개월만에 1심 선고가 나오면서 피고인들이 범죄로 얻은 이익을 다 누린 셈이 됐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연고도 없는 울산에 출마해 당선된 송 전 시장은, 지난해 6월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황 의원은 직권남용으로 고소당해 2019년 11월 기소됐지만, 기소된 상태에서 2020년 총선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황 의원도 이미 4년 임기 중 3년6개월을 채웠고, 내년 5월 임기가 끝난다. 항소심·상고심까지 갈 가능성이 큰 만큼, 확정판결 전에 의원 임기를 다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유죄 선고를 함에 따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2021년 4월 내린 불기소 처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정연·이병준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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