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 화형식과 같다"…최악의 악? 카카오 폭로전이 남긴 것 [현장에서]
카카오 개혁의 키맨(key man·핵심인물)으로 꼽히는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이틀 연속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 저격글’을 올리고 있다. 사내 회의에서 욕설한 사실로 논란이 일자, 카카오의 경영 실태를 공개 비판하며 반박한 것. 법인 골프회원권 운영, 제주 본사의 유휴 부지 개발 논란, 데이터센터(IDC) 안산·서울아레나 건설 비리 의혹 등 지금까지 나온 폭로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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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추된 이미지, 최악의 악은
“회사에 손해인 얘기를 왜 밖에다 하냐더라. 하지만 난 카카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떻게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지 적극 알릴 거다.”
김 총괄은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폭로를 삼성전자의 1995년 ‘애니콜 화형식’에 빗댔다. 휴대전화 불량률이 치솟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당시 이건희 회장이 애니콜 15만대를 박살낸 사건이다. 김 총괄은 카카오에도 이 같은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폭로전이 카카오에 독 아닌 득이 되려면 쇄신의 주체가 중요하다. 외부에서 온 김 총괄이 SNS 폭로전에 나서기 전까지, 카카오 최고 경영진이나 김 창업자는 그간 왜 아무 말이 없었나.
사실 문제의 본질은 카카오의 무사안일주의 자체다. 김 총괄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카카오의 방만 경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회사의 곳간이 새고 있단 사실을 김 창업자가 알고도 방치한 책임도 크다. 내부 통제·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경영진을 감시·감독했어야 할 이사회의 존재가 무색하다. 경영진이 수습할 일을 미뤄두다, ‘칼춤 춰줄 망나니’를 외주로 불러온 격이다. 내부의 고름을 외부로 터뜨린 김 총괄을 탓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방치해온 건 결국 카카오다.
이번 폭로전으로 카카오는 ‘스스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조직’임을 대외 인증한 꼴이 됐다. 카카오 관계자들은 김 총괄을 ‘외부인’이라 부른다. 김 총괄도 본인이 언제든 카카오를 떠날 수 있다고, 무보수니 빚진 것이 없다는 기색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마지막 칼춤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은? 물음표가 남는다. 카카오가 진정한 쇄신을 이루려면 ‘안으로부터의’ 반성이 절실하다. 경영 일선에 다시 뛰어든 김 창업자도 30년 지기에 수술대를 맡기는 응급 요법에 기대선 안 된다. 카카오를 보며 한때 유행했던 어린이 학습지 CM송 가사를 떠올린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우리는 척척척, 스스로.”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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