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의 과학 산책] 1988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우리나라는 1988년 호주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올림피아드라는 단어도 생소했고 많은 사람이 올림픽과 혼동했다.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대회는 어떻게 운영되며 답안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전한 대회였지만 중간 정도의 성적을 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지금은 늘 1위를 다투는 최강국이 되었다.
1988년 대회에서 불과 12세로 금메달을 받은 테렌스 타오는 2006년 필즈상을 수상했고, 그 최연소 기록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베트남의 응오도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0년 필즈상을 받았다. 필자가 보기에 이 두 사람은 21세기 필즈상 수상자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3인에 속한다. 세 번째는 이 글의 끝에 나온다.

필즈상은 못 받았지만 이 대회에서 타오와 함께 큰 관심을 끌었던 이는 캐나다 대표 라비 바킬이다. 이전 두 대회에서 이미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 대회에서도 역시 금메달을 받았다. 라비는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와 컴퓨터 경시대회도 휩쓸었고 당시 북미권에서 공부 좀 한다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전설이었다. 하버드에서 대수기하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프린스턴과 매사추세츠공대(MIT)를 거쳐 스탠퍼드대 교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점에서 『범죄수학』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수학을 통해 범죄를 해결한다는 유쾌한 내용인데, 놀랍게도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바로 내 친구 라비다. 서문에서 저자는 라비를 너무 존경해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허준이 교수와 식사하다가 이 얘기를 했더니 진심 부러워했다. 필즈상도 받았는데 그런 책이 뭐가 대수냐 했더니 아들에게 멋져 보일 것 같아 그렇다고 하기에 크게 웃고 말았다. 허준이 탐정이 등장하여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 써주실 분 어디 안 계시는가.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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