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한비자의 충고

한국에서는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을 제20대 대통령이라 하는데, 역대 대통령이 모두 12명이었으니 제13대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르다. 대통령 대수는 인물로 치는 것이지 재임 횟수로 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지금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제46대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물로 친 것이다. 한국 방식대로 따지자면 바이든은 제61대 대통령이 된다.
대한민국의 지나간 대통령 11명 가운데, 내각제 시절 대통령인 윤보선과 과도정부 대통령 최규하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열 명 가운데 명예롭게 퇴직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망명자(1), 형사범(4), 비명횡사(2), 아니면 친인척 비리(3)로 역사에 얼룩을 남겼다. 그런데 이미 2300년 전에 이런 일이 오리라고 예언한 정치가가 있었다. 한비자(韓非子·기원전 280?∼233·사진)가 바로 그다.

신불해(申不害)와 상앙(商鞅)의 법가(法家) 학맥을 잇는 한비자는 본디 수재로서 지모가 출중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말더듬이여서 세객(說客)으로 출세하는 것을 포기하고 저술에 몰두했다. 진시황(秦始皇)이 그의 책을 읽고 초빙했으나 그의 재주를 시샘한 이사(李斯)의 모함에 빠져 투옥됐다가 옥중 자살했다.
한비자에 따르면 군주를 무너뜨리는 여덟 가지 유형의 측근이 있는데 이를 팔간(八奸)이라 한다. 동상(同床·한 이불 속의 사람), 재방(在旁·비서), 부형(父兄·부모와 형제), 양앙(養殃·가마꾼), 민맹(民萌·재물로 백성을 현혹하는 신하), 유행(流行·주군의 귀를 막는 신하), 위강(威强·백성을 겁주는 신하), 사방(四方·외세를 끌어들이는 신하)을 말한다.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면 아홉 명의 대통령은 모두 자기모순으로 제풀에 무너지고 감옥에 가거나 죽거나 역사의 죄인이 됐다. 적은 늘 가까이 있었다. 충신 열 명이 간신 하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 역사의 법칙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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