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그린벨트 풀면 투자 늘고, 수도권 집중화 해소 도움”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 경제·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국책·공공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환경평가 1, 2등급 지역이라고 해도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문가 사이에선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린벨트 규제가 완화되면 지역 현안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린벨트는 도심과 가까워 교통이 좋지만 땅값은 저렴해 개발사업 추진에 유용하게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실제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그린벨트를 풀어 산업단지와 주택단지, 문화·체육시설 등을 조성해왔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가 풀리면 지방에선 기업 투자 확장 등으로 공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도권 집중화 해소 등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도 “그린벨트를 풀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후보지는 수도권보다 지방에 집중될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6일 울산 산단 현장을 돌아본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시 원 장관은 “울산 도심 중간에 그린벨트나 1, 2급지가 많아 도로 개설이나 산업단지 개선에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며 “제도 적용 등 모든 권한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단지 15곳이 포함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수도권에선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을 예정인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이, 지방에서는 대구시와 대전시, 충남 천안시, 경남 창원시, 경북 안동시 등 14곳이 해당된다.
공공의 목적이라면 그린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여론도 우세하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6월 일반인(2000명)과 도시계획·환경 분야 전문가(100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일반인의 63.4%, 전문가 67%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공의 목적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경 훼손과 거의 상관없는 그린벨트 구역을 풀어 산업단지를 육성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명래(전 환경부 장관) 단국대 석좌교수는 “환경평가 1, 2등급지는 국가가 보존해야 하고, 해제를 남용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린벨트 면적은 갈수록 주는 추세다. 1971년 박정희 정부 때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처음 지정됐다. 국토의 5.4%인 5397㎢ 규모로, 서울의 9배 넓이였다. 이후 30년 가까이 ‘성역’이었다가 김대중 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풀렸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그린벨트 781㎢를 해제했고,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사업을 위해 654㎢를 풀었다. ‘반값 아파트’가 공약이던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그린벨트 88㎢를 풀었고, 박근혜 정부도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부지 마련을 위해 그린벨트(20㎢)를 풀었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주택 건설을 위해 61㎢를 풀었다. 지난해 말 전국의 그린벨트 면적은 3800㎢로 당초 지정 면적보다 30%가량 줄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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