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희 “스스로, 동맹과 함께, 우호국과 연대해 안보 지켜야”[중앙포럼]

유지혜 2023. 11. 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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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스스로 강해지고, 부족한 부분은 동맹으로 채우고, 우호국들과 연대하는 힘을 한꺼번에 합쳐 국제연대를 만들어내야 한국이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유지하는 틀을 만들 수 있다.” "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29일 ‘2023 중앙포럼-미·중 패권 경쟁시대, 한국 경제의 활로는’에서 “현재 세계는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가 갖고 있던 낙관론이 무너지며 국제질서가 ‘3중 전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포럼 첫번째 세션(미·중 패권 다툼의 미래) 첫 연사로 나선 박 원장은 ‘글로벌 복합위기 속 한국 외교의 나아갈 방향은’을 주제로 한국이 맞닥뜨린 도전과 기회를 설명했다.

박 원장은 우선 현재 진행 중인 ‘3중 전환’을 ▶강대국 경쟁의 부활 ▶안보가 경제를 지배하는 경제안보의 시대 도래 ▶다자주의 약화와 국제법 질서를 깨려는 세력의 등장 등으로 특징지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핵 문제마저 미·중 경쟁 구도에 빠져들면서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박 원장의 분석이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29일'2023 중앙포럼'에서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장진영 기자

"미·중 경쟁에 빠진 북핵, 안보 위협 커져"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미중 경쟁이 거세지며 북핵 문제마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2019년 6월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단체조공연 관람을 마친 뒤 주석단에서 관중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박 원장은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중국은 북한이 미·중 경쟁 국면에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끌어안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북·중·러 간 적대적 연합이 이뤄지고, 한국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우리에 대한 안보 위협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첨단기술 영역에서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움직임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고, 요소수 사태 등에서 경험했듯이 핵심 광물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제 ‘평상시대로(business as usual)’ 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와는 전혀 다르게(business as unusual)’ 대처해야 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29일 '2023 중앙포럼'에서 미중 경쟁을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선 안보를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다만 이런 급격한 정세 변화가 한국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박 원장의 논지였다. 박 원장은 “우리에게는 좋은 자산이 있으니 ‘큰일났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동맹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고, 첨단 분야에서 앞서가는 기업들이 있다. 삼성과 SK는 이미 우리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했다.


"자주·동맹·연대 중심 안보 강화해야"


도전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은 확고한 안보 확립이었다. 박 원장은 안보는 공기와 같아서 없어진 뒤 후회해도 늦다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자주 ▶동맹 ▶연대 등 3개 키워드를 제시했다.

우선 박 원장은 “최근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사용한다면 김정은 정권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데, 우리의 힘만으로도 북한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정찰·감시·탐지 능력 등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동맹을 통해 강화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 공격 시 미국이 본토와 같은 방어를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도 예를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공동으로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특히 박 원장은 유사시에 대비한 일본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도 설명했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 주일미군, 필요하면 미국 본토에서 오는 증원군도 활용해야 하는데, 일본이 이런 절차가 잘 진행되도록 하는 후방 지원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핵심은 한국이 위협에 처할 때 유엔사 회원국들이 한국을 공동방어하는 것인데, 유엔사의 7개 후방기지가 모두 일본에 있으니 이를 활용해야 한다”면서다.

또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군화를 신고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일본 자위대가 일본 국내에서 우리를 위한 후방 지원 역할을 하는 데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대중정책의 핵심은 '전략적 탄력성'


지난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현동 기자
박 원장은 미·중 경쟁 시대의 과제인 대중 관계 관리에 대해서는 ‘전략적 탄력성’을 주문했다. 박 원장은 “특히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유연성을 늘리고, 사회문화 교류 역시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는 미국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략적 자율성’과는 차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부상하는 ‘글로벌 사우스’와 우호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향후 투자 가능성이 커지는 우리의 큰 시장”이라며 “미·중 경쟁에 함몰되는 것을 피하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해 우리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론 이런 외교 전략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미국우선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트럼프 변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걱정만 할 문제는 아니다. 8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의 핵심도 3국 협력을 중층적으로 강화해 협력의 어느 한 축이 무너져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보호막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한·미·일 관계를 다중적으로 제도화하면 충분히 협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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