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희 “스스로, 동맹과 함께, 우호국과 연대해 안보 지켜야”[중앙포럼]
" “우리 스스로 강해지고, 부족한 부분은 동맹으로 채우고, 우호국들과 연대하는 힘을 한꺼번에 합쳐 국제연대를 만들어내야 한국이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유지하는 틀을 만들 수 있다.” "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29일 ‘2023 중앙포럼-미·중 패권 경쟁시대, 한국 경제의 활로는’에서 “현재 세계는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가 갖고 있던 낙관론이 무너지며 국제질서가 ‘3중 전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포럼 첫번째 세션(미·중 패권 다툼의 미래) 첫 연사로 나선 박 원장은 ‘글로벌 복합위기 속 한국 외교의 나아갈 방향은’을 주제로 한국이 맞닥뜨린 도전과 기회를 설명했다.
박 원장은 우선 현재 진행 중인 ‘3중 전환’을 ▶강대국 경쟁의 부활 ▶안보가 경제를 지배하는 경제안보의 시대 도래 ▶다자주의 약화와 국제법 질서를 깨려는 세력의 등장 등으로 특징지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핵 문제마저 미·중 경쟁 구도에 빠져들면서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박 원장의 분석이었다.
"미·중 경쟁에 빠진 북핵, 안보 위협 커져"
또 “첨단기술 영역에서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움직임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고, 요소수 사태 등에서 경험했듯이 핵심 광물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제 ‘평상시대로(business as usual)’ 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와는 전혀 다르게(business as unusual)’ 대처해야 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급격한 정세 변화가 한국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박 원장의 논지였다. 박 원장은 “우리에게는 좋은 자산이 있으니 ‘큰일났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동맹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고, 첨단 분야에서 앞서가는 기업들이 있다. 삼성과 SK는 이미 우리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했다.
"자주·동맹·연대 중심 안보 강화해야"
도전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은 확고한 안보 확립이었다. 박 원장은 안보는 공기와 같아서 없어진 뒤 후회해도 늦다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자주 ▶동맹 ▶연대 등 3개 키워드를 제시했다.
우선 박 원장은 “최근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사용한다면 김정은 정권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데, 우리의 힘만으로도 북한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정찰·감시·탐지 능력 등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동맹을 통해 강화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 공격 시 미국이 본토와 같은 방어를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도 예를 들었다.
특히 박 원장은 유사시에 대비한 일본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도 설명했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 주일미군, 필요하면 미국 본토에서 오는 증원군도 활용해야 하는데, 일본이 이런 절차가 잘 진행되도록 하는 후방 지원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핵심은 한국이 위협에 처할 때 유엔사 회원국들이 한국을 공동방어하는 것인데, 유엔사의 7개 후방기지가 모두 일본에 있으니 이를 활용해야 한다”면서다.
또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군화를 신고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일본 자위대가 일본 국내에서 우리를 위한 후방 지원 역할을 하는 데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대중정책의 핵심은 '전략적 탄력성'
또 최근 부상하는 ‘글로벌 사우스’와 우호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향후 투자 가능성이 커지는 우리의 큰 시장”이라며 “미·중 경쟁에 함몰되는 것을 피하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해 우리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론 이런 외교 전략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미국우선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트럼프 변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걱정만 할 문제는 아니다. 8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의 핵심도 3국 협력을 중층적으로 강화해 협력의 어느 한 축이 무너져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보호막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한·미·일 관계를 다중적으로 제도화하면 충분히 협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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