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中 향한 환상 버려야…국익 우선해 목소리 낼 때" [중앙포럼]
"중국이 한반도 통일과 북한 비핵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저자세 외교를 탈피해야 한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미‧중 패권 경쟁시대, 한국 경제의 활로는’을 주제로 열린 ‘2023년 중앙포럼’ 1세션에서 한국이 대중 전략을 재설계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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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우리 환상과 달라"
주 교수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에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협력 국가이며, 중국 시장의 가치가 영구적이라는 세 가지 환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의 환상과 달리 중국은 북한과 함께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간주하고,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해 '정당하고 합리적'이라며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시장과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한국의 대중 교역은 적자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한반도 주변 4강의 먹이 사슬과 아킬레스건의 존재를 파악하고 세계정세를 전면적으로 해독(解讀)하라" 등 8가지 제언을 내놨다. 중국이 역내에서 가장 경계하는 국가인 일본과의 관계 강화 필요성 등을 언급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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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경쟁 격화할 것"
주 교수는 또 미·중 전략 경쟁의 본질을 '체제 경쟁'으로 규정하며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1990년대에 세계는 냉전 종식을 선언하고 자본주의의 승리를 자축했는데, 중국이라는 불씨가 그때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가 이제 활활 타오르는 모양새"라며 "중국은 2010년 세계 2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으며, 이제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딱 하나 남은 마지막 국가인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공세적인 대외 전략을 '식탐'에 비유하며 "중국은 과욕을 채우기 위해 기존의 법을 모두 장애물로 인식, 이를 무시하거나 위반하고 타파하는 행위를 일삼는다"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또 "중국 경제가 급성장을 통해 덩치를 키우다 보니 더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에너지, 식량, 광물뿐 아니라 빅데이터도 해외 조달에 의존하게 됐으며, 자국민 15억명 외 나머지 전 세계 인구에 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해킹 등 불법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대해서도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순수한 경제적 의미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한국은 이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전 세계의 공공재와 자원을 무차별하게 확보하려는 중국의 과욕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4연임 가능…방한 어려워"
주 교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4연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당 대회에서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아 3연임을 확정했다. 주 교수는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의 목표 시점인 2035년에 근접한 시기까지 시 주석이 집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시 주석의 한국 답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 주석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중국 입장에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라면서다. 시 주석의 방한 성사를 위해 중국에 매달리는 듯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국빈 방한이 마지막이다.
주 교수는 2016년 7월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경제 보복에 나선 이후 한국 내에서 이런 보복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당당한 외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일부 형성된 것 역시 경계했다. 주 교수는 "글로벌 협업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에 더는 경제 보복을 가할 수 없다"고 봤다.
한편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내년 초로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의와 관련해 주 교수는 "중국이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한국도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개최가 불발되더라도 한국은 의장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되며, 중국은 과거에도 네 차례나 3국 정상회의를 취소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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