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승 "미·중 경쟁은 예측 불가능, 나침반·안전핀 만들어야" [중앙포럼]

정진우 2023. 11. 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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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승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은 29일 “미·중 경쟁 속 갈등의 추세를 관찰해 소위 ‘균형점’ 위에 서 있겠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재승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은 29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30중앙포럼에서 미중 경쟁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장진영 기자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중앙포럼: 미·중 패권 경쟁시대, 한국 경제의 활로는’에서 “미·중 경쟁의 균형점은 매번 바뀌고, 이렇게 바뀌는 균형점을 매번 쫓아가거나 따라갈 수는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미·중 경쟁의 양상과 구도 변화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전략을 수정하는 대신, 경쟁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는 가치와 원칙을 설정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균형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27~29일 보도된 본지 중앙포럼 기획기사(군사력은 미국이 우위지만, 글로벌 공급망은 미·중 비등)를 인용해 “군사력·첨단기술 분야에선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기 어렵지만, 경제력·글로벌공급망 분야에선 중국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며 미국과의 격차를 많이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글로벌리더십 경쟁의 미래에 대해선 “중국이 미국만큼 글로벌리더십과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적으로 투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중국이 단기간 내에 충분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엔 무리”라고 말했다.


"한국만의 '나침반'과 '안전핀' 확보해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미·중 경쟁의 판도를 흔들 외부 변수로는 ‘트럼프 리스크’를 꼽았다. “미국의 경우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고,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한국 등 모든 국가에서 내년 이맘때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돌아오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면서다.

결국 미·중 경쟁은 미래 시나리오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다양하다. 이 교수가 미·중 경쟁 속 한국의 핵심 과제로 ‘나침반’과 ‘안전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다만 이 원장은 “나침반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주지만, 결국 움직이는 건 우리의 몫”이라며 “움직이기 전 동맹 간 신뢰를 바탕으로 레버리지를 키우고, 중국에 대해선 개방성과 보완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나침반이 미·중 경쟁 속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안전핀은 경쟁의 구도·강도 변화에 따른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에 이어 동맹의 개념을 확대해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더 많은 우방국과 ‘범동맹’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방과의 연합 강화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때론 큰 소리로, 때론 조용히…'공기 반 소리 반' 외교


이재승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은 29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30중앙포럼에서 미중 경쟁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장진영 기자

이 원장은 미·중 양국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안에 대처하는 외교 전략으로는 ‘공기 반 소리 반 외교’를 제시했다.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할 현안과 최대한 수면 아래서 조용히 대응해야 할 현안을 분리해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동맹 강화와 가치 수호는 우리가 소리를 크게 내야 하고, 반대로 미·중 양국 간 경계선에 놓인 경제 이슈에 대해서는 때로는 소리를 작게 내는 '스텔스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쪼개기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미·일 공조 강화에 맞서 중국이 소위 '약한 고리'로 평가되는 한국을 공조 체제에서 떼어내는 방식의 외교 전략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이 원장은 “미국과의 경쟁에 더해 수많은 국제적 제약을 안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최상의 조건은 연합체나 동맹이 아닌 개별 국가를 상대하는 것”이라며 “실제 중국은 한국 뿐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많은 국가를 향해 연합·동맹 체제에서 떨어져 나오라고 독려하고 선물을 주는 방식의 전략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선물은 당장에는 달콤하겠지만 두 번 반복되진 않는단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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