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들의 마지막 동아줄마저 빼앗는 노동부

김익자 2023. 11. 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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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평등상담실, 여성노동자의 마지막 보루를 지켜내자

[김익자]

피해자는 직장에서 성희롱 신고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해도 어떻게 대체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노동부는 피해자들의 마지막 동아줄마저 빼앗고 있다.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여 사내 고충처리위원에 신고하여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밀보장도 지켜지지 않고 처벌과정에서도 피해자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하여 직장 내의 소문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가 감당하고 사비로 직접 치료해야 하였다. 정신적인 피해는 약물 치료와 함께 심리치료가 장기간으로 병행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지원받으려면 기관을 찾아가라는 말을 하여 전북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 상담실을 찾게 되었다고 하였다.

처음 피해자를 만난 곳은 상담실이 아니라 점심시간, 직장 근처였다. 성희롱 가해자는 지역을 옮겨 같이 근무하지 않았지만, 가해자 동료들이 피해 당사자를 왕따 시키고 투명 인간처럼 대하여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왜 피해자인 내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분노했다. 동시에 2차 가해자들은 진급의 키를 가지고 있는 상사이므로 그 사람들 대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 두렵고 하루에도 생각이 몇 번씩 바뀐다며 지쳐 보였다.

10개월 동안 힘들게 하루하루 견디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들쑥날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지금 당장 회사에 문제제기 안 해도 되니 우선 심리 정서 치유부터 하자고 하였다. 심리 정서 치유 후 아니면 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회복되면 그때 마음 가는 대로 해보자고 했더니 회사에서 직장 내 우울증을 위한 사람들을 위해 신청 직원에 한해 5회 심리 상담 치료를 지원해주어 받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이 보였다.

본 상담실에서 연계되는 심리상담사는 성인지 관점으로 상담을 해주는 분이라며 받다가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때 중단하여도 된다고 설득하여 받기로 하였다.
심리 정서 치유 상담을 본회 상담실에서 진행하고 끝난 후 차근차근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조직의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회사에서 1차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여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피해자에게 불이익 등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업주의 의무를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동청에 직장 내 성희롱 불이익 조치로 진정하기로 하였다. 아래는 내담자의 상담 후기.
 
여러 단체를 통해 지금의 고용 평등상담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1차 가해로도 이렇게 벅찬데 회사에 복귀하고 나서 1차 가해자 동료들의 무시와 업무배제로 인해 저는 2차 가해를 10개월 가까이 당했습니다. 여성 직원이 적고 남성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서에서는 저는 더 이상 2차 가해에 대한 회사의 지원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숨막힘, 가슴 답답함, 우울로 인해 약물치료를 다시 받을 정도로 심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전북여성노동자회 고용 평등상담실을 알게 되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 전문 심리 상담가 선생님과 심리 상담을 받게 되었고 6회쯤 받았을 때 많이 호전됨을 느꼈습니다. 또한, 2차 가해자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에서 벗어나고자 했을 때, 법률적 지원과 절차, 과정 등을 상담실에서 자세하게 알려주신 덕택에 최근 가해자들의 사과를 받아내고 원만히 해결되었습니다.

기업은 상하관계가 존재하며, 힘이 약한 직원보다는 상급자의 편에서 해당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는 성희롱 피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기업에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이로 인한 피해자의 상처와 정신적 병은 피해자 개인의 몫이 됩니다. 피해자들은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당연합니다. 처음 겪으니까요. 우리가 처음 집을 계약할 때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부동산을 찾는 것처럼 오랜 시간 상담을 해오신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피해자들의 문제를 더 전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차 가해 이후 2차 가해로 인해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직장 내 우울증을 위한 사람들을 위해 신청 직원에 한해 5회 심리 상담 치료를 지원해줬습니다. 저는 해당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인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2차 가해자들을 최대한 무시하고 견뎌내고 잊어 버리세요' 라는 솔루션을 받았고, 저는 이게 맞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솔루션을 받은 후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심해졌으며, 이후 2차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로 가슴 답답함, 숨막힘 증상이 잦아졌습니다. 그 후 저는 전북지역 내 다른 센터의 지원으로 해당 기관의 심리 상담 선생님과 심리치료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몸을 릴렉스 하거나 하는 방법을 알려주실 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1차 가해때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결과에 지속되는 2차 피해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고 싶어도 사실 연차가 적은 저 같은 직원이 변호사 선임을 혼자 진행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으며, 정신없는 과정에 혼자 고용노동부 진정을 선뜻 진행하기도 두려웠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에 지쳐가던 중 전북여성노동자회 고용 평등 상담실을 알게 되었고, 우울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고 혼자라면 무섭고 두려울 수 있어도 같이하면 힘이 나고 견딜 수 있으니 뭐든 해보자,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아도 사내 상사를 만나 현재 상황과 심정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정리되도록 여러 방향으로 이야기하였다.

조금씩 마음을 회복하면서 상사와 면담하여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내담자 얼굴에 웃음을 볼 수 있었다.

남성이 많은 집단에서 연차가 낮은 여성이 성희롱이 발생하여 문제제기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보다 먼저 직급이 우선이고 정의보다 동기 사랑이 우선인 조직에서 인권센터가 있다고 해도 쉽지 않다.

현재도 내담자의 2차 피해는 완전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앞으로도 내담자는 또 힘들고 불안하고 힘들어질 수 있다.
성희롱 분쟁 처리의 원칙에 따라 피해자 보호 최우선, 사건 내용 비밀 유지, 피해자가 원하는 분쟁 해결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사업주가 조직에서 성희롱이 발생하였을 때 조치 의무를 알려주며 회사 내 문제 제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까운 지청을 두고도 갈 수가 없는데 정부는 2명의 상담원이 광주 전라권을 포괄하여 밀착 지원하여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에도 분노와 절망을 몇 번씩 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기다리고 설득하여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여성 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 민간 고용 평등상담실 존치하라!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북여성노동자회 소속입니다. 전국고용평등상담실 네트워크가 공동기회,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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