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표 예측했던 이탈리아, 17표에 충격 “상업적 투표”
로마 엑스포 추진위원장 ‘금권 투표’ 주장
개표 전 ‘50표 확보’ 전망… 빗나간 예측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과 함께 좌절한 이탈리아는 가장 적은 17표를 받은 사실에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탈리아도 한국처럼 표심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해 개최지 발표 직전까지 50표가량을 기대했다. 이탈리아에서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주도해 온 지암피에로 마솔로 추진위원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를 자국의 패인으로 지목하며 ‘금권 투표’를 언급했다.
이탈리아에서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제시한 도시는 수도 로마다. 로마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데콩그레에서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통해 진행된 2030년 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17표를 받고 최하위에 머물렀다. 개최지는 119표를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결정됐다. 한국의 부산은 리야드에 90표 차이로 밀린 29표를 받았다.
리야드는 유치전 초반부터 유력 주자로 평가됐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모두 리야드의 3분의 2 득표를 저지한 뒤 2차 투표에서 탈락자의 표심을 끌어당겨 역전할 계획을 세웠다. 3분의 2 득표는 개최지 확정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리야드는 3분의 2 득표를 훌쩍 넘었다. 부산과 로마의 표를 모두 합산한 것보다 2.5배나 많은 득표에 성공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로마 엑스포추진위원회는 개최지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까지 50표가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치 대비 3분의 1에 불과한 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탈리아는 개최 실패보다 적은 득표수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마솔로 위원장은 “우리도, 한국도 이 정도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가 벌어진 것”이라며 “리야드에 대한 압도적 다수의 선택은 초국가적인 방식보다 거래의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각적인 이익, 상업적 편류(deriva mercantile)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리야드를 택한 BIE 회원국들이 사우디의 막대한 자본 공세에 휘둘렸다는 얘기다.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가 벌어졌다’는 마솔로 위원장의 발언은 결국 사우디의 자본력에 표가 움직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솔로 위원장은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증거도 없다. 상업적 편류는 정부 차원의 문제면서 때로는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다”며 “처음에는 월드컵이고, 이날은 엑스포였다. 다음 차례는 올림픽일 수 있다.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석을 사고파는 순간까지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 수도 리야드는 이미 BIE 총회 전부터 외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지목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2일 “사우디가 2030년 엑스포 유치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연달아 유치하며 국제행사 개최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전에만 78억 달러(약 10조1500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런 행보를 놓고 서방세계 언론·여론을 중심으로 ‘군주국의 평판 세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7일 “빈 살만 왕세자의 엑스포 개최 도전은 왕국의 대외 평판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의 ‘오일머니’에 대한 서방세계의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로베르토 괄티에리 로마시장은 개최지 발표를 앞두고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국제행사가 모두 화석연료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지역에서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괄티에리 시장은 이날 BIE 총회를 마친 뒤 “나쁜 패배”라고 투표의 성격을 격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우디의 ‘금권 투표’를 지적하는 발언이 나왔다.
부산 엑스포유치위원회 자문을 맡은 김이태 부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이날 BIE 총회 결과를 확인한 뒤 “사우디가 엑스포 개최를 위해 10조원 이상을 저개발국 개발 차관과 원조 기금을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금전적 투표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발언은 국내에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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