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팔기' 악용에…日, 관광객 면세 '현장→공항 환급'으로 바꾼다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는 일본에서 고액의 면세품을 구매한 뒤 이를 외국으로 가져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재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2025년부터 관광객들이 공항에서 세금을 환급받는 형식으로 면세 판매 시스템을 바꿀 예정이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에서 면세품을 1억엔(약 8억8000만원) 이상 구입한 고액 구매자가 374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100만~1000만엔(약 880만~8800만원)의 면세품을 구매한 사람이 5만 1726명, 1000만~1억엔(약 8800만원~8억8000만원)이 1838명, 1억엔(8억8000만원) 이상 구매자가 374명이었다.
면세품을 1억엔 이상 구입한 사람들의 합계 금액은 1704억엔(약 1조 5000억원)에 달해 1인당 4억 5000만엔(약 40억원)을 면세품 구매에 썼다. 상식 수준을 넘는 고액의 면세품을 대량 구매한 케이스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외국 관광객이 면세품을 구매할 경우, 판매 상점에서 여권 등을 확인한 후 바로 세금을 환급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제도를 악용해 시내 상점에서 고액의 면세품을 구입한 후 이를 외국으로 갖고 가지 않고 국내에서 '되팔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고액 구매자의 대부분은 이를 일본 국내에서 전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앞으로 외국인이 면세 상품을 구입할 때 상점에서는 내국인들과 똑같이 소비세를 과세하고 출국할 때 상품을 확인한 후 세금을 돌려주는 형식으로 제도 전환을 검토한다. 현재 한국이나 영국, 독일 등에서 채용하고 있는 '공항 환급'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을 정비한 후 빠르면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규제 완화와 더불어 엔저 현상이 가속화면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크게 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51만 6500명으로 코로나19 확대 이전인 2019년 같은 달(249만 6568명)에 비해 0.8% 많았다. 국적별로는 한국인이 63만 1100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면세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일본 백화점협회가 지난 24일 발표한 10월 전국 백화점 매출액에 따르면 방일 관광객들의 면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약 2.8배인 383억 8000만엔(약 3367억)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 고급 브랜드의 가방이나 보석 등의 판매가 호조를 이뤘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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