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승리에 뿔난 伊 "오일머니 뿌려 표심 끌어모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가운데, 외신은 2위로 탈락한 한국 부산의 유치 노력을 조명했다.
AP통신은 이날 "리야드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165개국 중 119표를 얻어 한국의 항구도시 부산(29표)과 이탈리아 로마(17표)를 제치고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보도하면서 한국의 자세한 유치활동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AP는 "한국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강남스타일'을 부른 싸이와 K팝 수퍼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문화 거물급 인사를 내세우고, 인공지능과 6세대 이동 통신(6G) 등 기술 역량을 강조하면서 첨단 기술 엑스포가 될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위를 차지한 한국도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유명한 배우 이정재와 K팝 스타 BTS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인터뷰를 인용해 "민관이 하나의 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이날 투표가 치러진 총회장 분위기를 전했는데, "이탈리아는 공식 대표단 몇 명을 제외하고는 유치를 응원하는 이탈리아인이 거의 없는 등 이미 패배의 기운이 감돌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선 "전통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국인들은 투표장으로 향하는 검은색 차량에 탄 대표단에 박수를 보내고, '오 샹젤리제' 노래를 부르며 파리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부산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유치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의 도시 전역에 엑스포 광고가 나왔고, 모든 종류의 공개 행사에서 엑스포 유치 메시지가 등장했다"면서 "지난 6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82%가 엑스포 유치에 찬성하는 등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닛케이 아시아는 한국은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예산으로 57억 달러(약 7조3450억원)를 투입했는데, 이는 이탈리아(109억 달러·14조원), 사우디(78억 달러·10조원)에 비해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사우디, 돈거래 방식에 의존"
압도적 승리를 거둔 사우디의 유치 노력도 조명받았다. NYT는 "사우디는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국 중 가장 화려한 홍보 행사를 하고, 교류가 없었던 여러 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어 새로운 투자를 모색하고 외교 관계를 구축했다"면서 "이번 승리로 사우디는 2029년 겨울 아시안게임, 2030년 엑스포, 2034년 축구월드컵 등 세계적인 대형 행사를 확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사우디는 압도적인 승리에 환호하고, 리야드에서 드론(무인기) 쇼와 불꽃놀이를 실시하는 등 성대한 축하행사를 열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매체 사우디 가제트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투표 직전 "130개국이 우리를 지지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실제는 예상보다 11표 적었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승리로 사우디의 선도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이 강화돼 국제적인 신뢰를 얻고, 주요 세계적인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이상적인 목적지가 되었다"며 "모든 능력을 활용해 세계를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의 일방적 승리에 이탈리아는 뿔이 났다. 폴리티코·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사우디가 BIE 회원국에 투표에 대한 대가로 경제적 제안을 했다고 비난했다. 즉, 사우디가 '오일 머니(oil money·원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를 뿌리며 표심을 끌어모았다는 뜻이다.
지암피에로 마솔로 로마 엑스포 유치 홍보위원장은 "우리도 한국도 이 정도로 표차가 날 줄은 몰랐다"면서 "리야드가 압도적인 다수에게 선택된 것은, 국가 간 방식이 아닌 돈거래 방식에 의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위험한 방식으로, 처음엔 축구월드컵이었고, 오늘은 엑스포였으면, 그다음엔 올림픽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의석도 거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우리는 전 세계를 돌며 상대국들이 기대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방식으로 상대국들과 소통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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