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예산쇼크’ 위기에도…"녹색에너지 전환에 대규모 투자한다"

문상혁 2023. 11. 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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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00억 유로(약 86조원)에 달하는 예산 대란 위기에도 수소 에너지·전기차 배터리 산업 지원을 중심으로 한 녹색 에너지 전환(green transition)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다만 이에 필요한 예산 조달 방안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야당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독일 의회에서 정부 성명을 발표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녹색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일·유럽의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해 이제 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의 구상엔 탄소 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한 탈탄소화 제철소 개발·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장·반도체 공장 투자가 포함됐다.

숄츠 총리는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비용 조달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자 야당에선 “예산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숄츠 총리 연설이 끝난 뒤 “총리는 독일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리 연설은 야당의 야유로 인해 자주 끊겼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실제로 녹색 에너지 전환에 대한 숄츠 총리의 ‘장밋빛 약속’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지난 15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코로나19 대응에 쓰지 않은 600억 유로를 기후변환기금(KTF)으로 전용하는 것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이 기금을 활용해 녹색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려고 했지만 헌재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독일 의회에서 예산 상황에 대한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단 독일 정부는 추경 예산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해 고비를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을 이유로 ‘부채 브레이크(제동장치)’ 적용 제외에 해당하는 비상사태 선포 요청도 의회에 함께 요구했다.

이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메르츠 CDU 대표는 정부가 내년에 비상사태를 선포해 부채 브레이크를 다시 중단하려고 하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부채 브레이크는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0.35%까지만 새로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원칙이다. 독일 헌법에 규정돼 이번 위헌 결정의 결정적인 사유로도 작용했다. 다만 자연재해나 특별한 재난 상황에선 연방의회에서 적용 제외를 결의할 수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그대로 두면 내년 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질 것이고, 여파가 2026년까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결국 독일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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