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속 다리가 네개'…울산-경주, 처용무 원조 놓고 옥신각신

김윤호 2023. 11. 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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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도심에 있는 처용 관련 시설. 김윤호 기자

궁중 무용인 '처용무(處容舞)' 의 '뿌리 도시'를 놓고 이웃한 울산광역시와 경북 경주시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지역 학계에서 처용무 발원지가 울산시가 아니라 경주시라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처용무는 악귀를 몰아내고 왕실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처용의 가면을 쓰고 추는 궁중 무용이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신라 헌강왕 때 아내를 범하는 역신(疫神)을 춤으로 쫓아낸 것으로 유명한 처용설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처용 설화는 '집에 돌아왔더니 이불 속에 (역신과 아내) 다리가 네개였다'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처용무 역사 도시는 어디?


지난 17일 경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린 '2023 경주 처용무 포럼'에서 주제 발표한 동국대 김성혜 연구교수는 "처용무의 역사 도시는 경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그는 "처용설화 핵심은 (아내를 범하는)역신을 보고 춤을 춘 것"이라며 "울산은 처용이 경주로 이주하기 전에 머물렀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근거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랑 망해사' 부분을 지목했다. 그는 "처용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 곳이 두 곳 나오는데, 신라 헌강왕의 덕을 찬미하며 처용 등 용왕의 일곱 아들이 춤을 춘 울산 개운포와 아내를 범한 역신을 본 처용이 (혼자) 춤을 춘 자신의 집 경주"라고 설명했다.

울산 도심에 있는 처용 관련 시설. 김윤호 기자

울산에서 처용무와 관련한 축제 개최 시기가 짧다는 점도 주목했다. 김 교수는 해당 자료에서 "울산에서 처음 처용무를 연행(공연)한 것이 1969년부터인데 (이때) 경주시립국악원 단원이 했다"면서 "경주는 신라 헌강왕 때부터 (처용무가) 전승됐고, 조선시대는 물론 1963년부터 신라문화제(경주)에서 공연한 기록이 남아 있고 오늘에 이른다"고 적었다.

즉, 역신을 쫓아내고 춤을 춘 곳이 경주 처용의 집이고, 신라 헌강왕 때부터 처용무가 전승되는 만큼 경주를 처용무의 역사 도시로 봐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 측은 공식적인 견해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포럼 자료집 내 '경주시장 축사'에서는 "처용무는 경주 향가인 처용가에서 유래했으며, 국가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된 경주의 특색있고 중요한 문화콘텐트"라고 밝혔다.


개운포·처용암·처용리·처용공원·임금산


이에 울산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울산은 해마다 처용 축제를 열고 있다. 또 처용공원·처용암, 처용의 아버지 '용왕'이 처음 나타났다는 개운포까지 있다. 양명학 울산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처용무는 울산 개운포에서 용왕이 처용 등 일곱 아들을 거느리고 신라 헌강왕 앞에서 춤을 춘 것에서 시작됐다"면서 "처용무에 쓰이는 음악은 웅장하고 느리며 엄숙하다. (처용 혼자 춤을 춘 게 아니라) 이는 왕 앞에서 춤출 때 쓰인 음악의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울산은 개운포·처용암·처용리·임금산 등 처용 관련 지명과 장소가 많다"며 "역사적 뿌리를 살필 때는 문헌뿐 아니라 현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 도심에 있는 처용 관련 시설. 김윤호 기자
처용암 인근 석유화학공단에서 근무하는 이모(36)씨는 "처용설화 핵심인 처용무 발원지가 울산이 아니라고 하면 여기에 있는 처용공원, 처용 캐릭터 모형 등은 다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처용무 역사 도시가 경주라는 주장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라고 전했다.

일출 명소 두고 경쟁 중


울산은 최근 서쪽으로 이웃한 경남 양산시와도 일출 명소를 두고 경쟁 중이다. 두 지자체에는 각각 천성산과 간절곶 등 해맞이 명소가 있는데,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을 두고 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다. 울산 간절곶은 2000년 국립천문대 등이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해가 뜨는 곳’으로 발표하면서 강원도 강릉 정동진, 경북 포항 호미곶과 함께 동해안 3대 일출 명소로 꼽혔다. 그러던 중 양산시에서 천성산이 '유라시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홍보하면서 경쟁하는 모양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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