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화살 관통' 1년만에…유기견 천지, 뉴욕서 새 삶 산다

현예슬 2023. 11. 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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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천지'가 1년여 만에 새 가족을 찾았다. 사진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몸통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돼 일명 '화살 맞은 개'로 불린 유기견이 1년여 만에 새 가족을 찾았다.

29일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에 따르면 유기견 '천지'가 이날 오후 8시 35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081편을 타고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천지는 뉴욕에 사는 30대 미국인 여성에 입양됐다. 이 여성은 과거에도 유기견을 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주 혼디도랑 대표는 "입양 희망자가 2명 있었다. 한 달간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입양 보낼 곳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기견 '천지'가 1년여 만에 새 가족을 찾았다. 사진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천지는 그동안 경기지역 한 동물훈련소에서 학대 트라우마 극복 훈련 등을 받으며 새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지난 22일 입양이 결정되고 난 후 23일 제주로 와 한 동물병원 측 후원으로 치과 치료도 받았다.

천지는 8세로 추정되며, 오랜 떠돌이 생활로 이빨이 모두 썩어 현재는 송곳니 한 개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천지는 참 운이 좋다. 천지를 최초 발견한 주민은 모른 척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대한 피의자를 붙잡았다"며 "또 동물보호센터와 천지 소식을 접한 제주지역 모 동물병원은 천지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천지 소식을 접한 많은 분이 함께 마음 아파하고 관심을 가져주며 천지가 입양까지 가게 됐다"며 "이번 천지 사례를 계기로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커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26일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서 몸통에 화살을 맞은 채 발견된 천지. 사진 제주시


천지는 지난해 8월 26일 오전 8시 29분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몸통 부분에 화살이 박힌 채 발견됐다. 이로 인해 '화살 맞은 개'라고 불렸다. 구조 당시 천지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삐쩍 마른 채 가쁜 숨만 내쉬며 괴로워했다.

경찰은 약 7개월간 인력 약 480명을 투입해 지난 4월 천지를 향해 화살을 쏜 40대 남성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천지가 발견되기 전날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자신의 비닐하우스 옆 창고 주변을 배회하던 천지를 향해 카본 재질의 70㎝ 길이 화살을 쏴 맞힌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사건 1년 전 개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닭 사육장을 덮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범행 당시 천지가 닭에게 피해를 주던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7월쯤 재판에 넘겨졌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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