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제성장 정점론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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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peak) 재팬' 주장은 2019년 제기됐다.
"한국 언론이 '피크 차이나'를 얘기하는데, 다른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다", "한국이 'G9' 진입을 소망하지만, 불가능하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한국 성장기는 끝났다" 등 윽박 지르거나 비아냥조가 강해서다.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률이 1990년대 초 이후 매 5년마다 1%포인트씩 지속 추락해 왔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생산)은 기술수준과 생산성의 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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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peak) 재팬’ 주장은 2019년 제기됐다. 같은 이름의 책을 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고문 브래드 글로서먼이 총대를 맸다. 그는 고령화된 인구구조 등의 문제를 타개하기에 일본 정치권은 무능하고, 시민들은 무기력하다고 했다.
‘피크 차이나’ 견해는 지난해 나왔다. 마이클 베클리(미 터프츠대)·할 브랜즈(미 존스홉킨스대) 두 교수가 공저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에서 주장했다. 그들은 인구, 미국 제재, 자원문제 등이 중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피크 코리아’ 경고도 불거졌다. 머니1이라는 일본 경제지가 ‘한국은 끝났다’라는 직설적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인구 감소로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머니1의 기사는 신뢰와 무게감이 떨어진다. “한국 언론이 ‘피크 차이나’를 얘기하는데, 다른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다”, “한국이 ‘G9’ 진입을 소망하지만, 불가능하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한국 성장기는 끝났다” 등 윽박 지르거나 비아냥조가 강해서다.
그런데 한국의 성장률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만은 뼈아프다. ‘5년 1% 하락의 법칙’이 떠올라서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21년 ‘모방과 창조’라는 책을 통해 이 법칙(연구결과)을 설파했다.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률이 1990년대 초 이후 매 5년마다 1%포인트씩 지속 추락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이 법칙은 워낙 강력해 지난 30년 간 어떤 정부도 막지 못했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향후 장기성장률 0%대의 최악 국면이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난주 한 심포지엄에서도 경고를 이어가며, ‘창조형 인재’ 육성만이 해법이라고 호소했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맥킨지), “아시아의 시대”(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라는 찬사를 받았던 한중일 3국이 이제 ‘피크’란 수식어를 릴레이로 달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원인에도, 대책에도 공통되게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인구’다.
경제성장(생산)은 기술수준과 생산성의 함수다. 다시 생산성은 자본과 노동이 결정한다. ‘인구’ 이슈로 수렴하는 피크론들은 이들 가운데 노동생산성에 주목한다. 결국 노동의 양(인구)과 질(인적자본)의 문제다.
한국에 발등의 불인 인구 절벽은 지속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다. 김 교수가 ‘창조형 인재’를 주문하는 건 ‘모방형 인재’만 넘쳐나는, 열악한 인적자본 현실에 대한 애타는 외침이다.
최근 세계를 달궜던 AI 논쟁은 인구·노동 문제와 직결된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범용AI(AGI)가 나오고, 인간을 대체한다면 노동시장과 세계경제는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인식하지 못할 뿐”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디지털 사상가 레이 커츠와일은 “2040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이 때를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라고 명명했다.
지금 AI 기술은 퀀텀점프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미 특이점을 넘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정점론을 대하는 각 국의 대응이 예전 틀에 머문다면 희망은 없다. ‘AGI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다만 인식하지 못할 뿐인’ 비상국면에 예사로운 대응은 필패라는 얘기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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