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우린 무관"…포항지진 패소 판결에 가장 먼저 항소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지진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포항 시민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난 가운데 피고 중 하나였던 포스코가 항소했다. 포항시민 대다수가 배상 대상에 올라 지역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포항 지진소송’이 2라운드에 접어든 양상이다.
포스코 항소 제기…재차 무죄 주장할듯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가 대한민국 정부와 포스코·넥스지오 등 업체 5곳을 상대로 낸 지진 관련 손해배상 소송 1심 결과에 대해 포스코는 지난 23일 항소를 제기했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는 지난 16일 “국가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1인당 200만∼300만원씩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여진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는 300만원, 두 지진 중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는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 등이 소송에 참여한 포항 시민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약 1500억원에 이른다.
50만 명에 이르는 전체 포항 시민이 소송에 참여하면 위자료는 1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다만 ‘포항지진 진상조사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소송 시효가 5년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20일까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배상을 받을 수 없다.
포스코는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된 포항지열발전 기술개발 사업에 주관사 ‘넥스지오’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포스코는 지상발전플랜트 설비 설계와 시공, 운전 분야를 맡았다. 100억2300여만원을 투입해 2017년 1월 착공한 뒤 같은 해 6월 말 완공했다.
포스코 “촉발지진과 무관한 업무 수행”
재판 과정에서 포스코는 실제로는 지상발전플랜트 설비를 가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지진을 촉발했다고 하는 고온 지열수 생산 관련 과제는 포스코가 수행하지도 않았고 관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포스코는 이 사건 과제 수행 중 해당 부지 일대에 300회가 넘는 미소지진(규모 1~3의 약한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과 함께 규모 5.4 지진 일어나기 전인 2017년 4월 15일에도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포스코에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관기관과 참여기관 연구개발 내용은 독자적·개별적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과제 수행을 위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다”며 “포스코 지열발전사업 개발책임자와 연구원 1명이 지하 물주입 단계부터 과제 수행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항소 검토…추가 소송 줄이어
정부도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법무부 측은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한 산업통상자원부 의견을 받아보고 종합해서 판단할 전망이다.
1심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과 대규모 지진 사이 자연적 인과관계는 전문가나 학계에서도 대립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포항 지역에서는 역사적으로 확인 또는 보고되거나 기존에 알려진 단층이 없었고, 지표면상에서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었던 단층도 보고된 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송을 주도한 범대본도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포스코에 이어 이날 항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범대본은 1심에 참여한 소송인단에 더해 추가 소송 참여자를 대거 모집해 항소심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모성은 범대본 의장은 “지진피해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는 지열사업을 추진한 국가가 포항시민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하며, 포항시민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 의장은 “새로 소송을 신청한 시민이 약 3만 명에 달하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3월 19일까지 포항시민 대부분이 소송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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