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전재산을…' SNS 유언, 법원이 무효라 한 까닭

메신저 '위챗'에 유언장 남긴 중국 母
"딸에게 상속" 표명했으나 법원 제동
한국도 비슷…민법상 요건 충족해야

중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긴 유언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누리꾼들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 황푸구 인민법원이 SNS에 남긴 유언장 내용은 법적 효력이 없다며 무효 판결을 했다고 지난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딸에게 전 재산 남기겠다" SNS 유언, 무효 판단

지난 2021년 숨진 어머니 자오는 사망 전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가족 채팅 그룹에 자신이 위중한 상태이므로 유언장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재산을 자신의 딸 천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취지의 유언장을 남겼다.

자오는 미혼모였고 천에게 집과 자동차, 주식, 은행 예금 등을 물려주려 했다. 또, 사망 전 딸에게 자신이 보유한 빚도 탕감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머니 사망 이후 천은 어머니의 모든 재산을 할머니가 가져가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할머니는 자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으며, 자오의 유산이 아들에게 가기를 원했다. 이에 대해 손녀와 논의한 적도 없었다.

이에 할머니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으나, 법원에서 무효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위챗 유언이 중국 민법에서 법적으로 인정하는 6가지 형태의 유언장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재산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동등하게 분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의 형태는 △공증된 유언장 △유언 당사자 또는 당사자를 대신한 사람이 수기로 작성한 것 △음성 녹음본 △영상 녹화본 △서명이 있는 문서 △최소 증인 2명을 둔 구두 유언 등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에 중국 누리꾼들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이 도태됐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법원을 비판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한국 유언은 5가지 형태…각 요건 충족해야

우리은행이 출시한 '우리내리사랑 유언공증서 보관서비스'. [이미지출처=우리은행]

한국의 경우에도 SNS 유언은 법적인 지지를 받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법에 따르면 유언의 방식으로는 △자필증서 유언 △녹음 유언 △공증증서 유언 △비밀증서 유언 △구수증서 유언 등이 있다. 각 유언의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유언마다의 요건을 정확히 충족해야 한다.

2018년 한 아버지가 “유언증서. 유언자는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 땅을 장남과 나눠 갖고, 장남은 딸들에게는 2000만원씩 나눠주라”고 말하는 영상을 촬영했는데 무효로 판단된 사례가 있다.

민법상 '녹음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 취지, 자신의 성명과 유언을 남긴 날짜를 말해야 하고, 이 자리에 참석한 증인과 증인의 구술도 필요하다. 그런데 해당 영상은 이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아버지 재산이 법정 비율에 따라 배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