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기에 할 수 있는 일
본 연재는 전국 고용평등상담실 네트워크가 공동 기획, 집필합니다. <기자말>
[대구여성회 ]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문장을 읽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로'를 하고 있기에 '근로자'로서 업무와 관련하여 성희롱 피해를 입었을 때 당연히 법으로부터, 국가로부터 보호와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을 찾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몇몇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바로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내담자는 업무차 파견 나간 곳에서 관계자에게 심각한 성희롱 발언을 들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다른 여성에 대한 성희롱 및 비하 발언도 들었다. 수차례 가해 행위에 견디다 못한 내담자가 항의를 하자 관계자는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하더니 이후에는 인신공격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하였고 SNS에 내담자에 대한 개인 정보와 허위 사실을 유포하였다.
업무 중에 발생한 성희롱이지만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남녀고용평등법 상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에서는 관련하여 가해자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명예훼손 형사 고소를 내담자와 함께 진행하였다. 가해자는 소속 단위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가해자의 발언이 성희롱임을 명백히 밝히며 인식 개선을 위한 특별인권교육을 이수할 것을 권고했다. 명예훼손 관련 형사재판에서는 벌금 300만 원 판결을 받았다.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사건 진행할 때 적절하고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셨고 재판에 동행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사재판 동행 지원에서 선고를 듣고 나오는 내담자가 상담원에게 건넨 말이다.
정부가 고용평등상담실을 2024년부터 민간 위탁이 아닌 고용노동청의 직접 운영 방식으로 변경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정기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앞서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용노동청이 처리할 수 있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한계가 있다.
법의 한계에 더해 고용노동청이 할 수 있는 영역도 정해져 있다. 사건 접수 단계에서 이미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을 받는 사건인지 아닌지부터 따지면서 접수를 받을지 말지 결정할 것이다. 엄청난 용기를 내 신고를 결심하고 고용노동청을 방문했는데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할 수 없어 접수조차 못한다는 이야기를 내담자가 듣는다면 얼마나 낙담하고 불안할 것인가.
해결을 위해 다른 방안을 안내해 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심각한 성희롱이 아니면 신고감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증거가 없으면 사건화하기 어려우니 받아주지 않을 것이고, 증거가 있으면 경찰로 가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전국적으로 넘쳐난다.
이 법은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용과 근로에 있어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의 운영 목적과 역할이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지금껏 그렇게 해 왔다. 앞으로도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정부는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원고는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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