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불러온 나비효과

오현길 입력 2023. 11. 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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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상 용어에서 왔다.

한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물가 인상(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보조금(세금)으로 줄이겠다며 시행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건설 수요가 공급을 웃돌며 건설 기자재 비용을 비롯한 건설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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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상 용어에서 왔다. 한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물가 인상(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보조금(세금)으로 줄이겠다며 시행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은 IRA에 물가 인상을 억제하면서,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을 담았다. 세제 지원을 내세워 첨단 산업을 유치해 '메이드 인 USA'를 되찾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IRA의 수혜를 누리려 미국 내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동시다발적인 설비 투자가 우후죽순처럼 진행됐다.

우리 기업들도 그 행렬에 섰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기업들이 확정한 대미 투자는 555억달러, 한화로 약 72조원에 달한다. 미 백악관은 "팬데믹(감염병 세계 유행) 이전과 비교해 미국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이 2000억달러(259조원) 가까이 투자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중 4분의 1 이상이 우리 기업 차지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며 돈 보따리를 풀자 이득은 본 건 실상 미국의 건설업계였다. 건설 수요가 공급을 웃돌며 건설 기자재 비용을 비롯한 건설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촉발했다. 얼마 전 미국 출장에서 만난 한 기업의 임원은 "IRA 시행 이후 미국 전역에 공장 건설이 늘면서 사람은 물론이고 건설 장비조차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졌다"고 빗댔다.

공장이 들어서 일자리가 늘자 생산 인력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는 생산직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2028년까지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의 생산직 임금을 25% 인상키로 합의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도 지난달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임금 인상안을 수용했다. 배터리 기업도 비슷한 처지였다.

IRA에서 시작된 바람은 국내 원전 업계에도 거세게 불었다.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의 실효성 논란이다. 미국 내 첫 SMR 사업으로, 뉴스케일파워가 진행해온 유타주의 무탄소발전소프로젝트(CFPP)가 무산됐다. 뉴스케일파워는 두산을 비롯한 IBK투자증권 등 국내 기업들이 주식 약 3340만주(보통주의 64%)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다.

뉴스케일파워가 CFPP를 접은 직접적인 원인은 SMR에서 생산한 전력의 구매자를 찾지 못해서다. 이 역시 높아진 사업비용 때문이다. 뉴스케일파워는 2021년 MW당 58달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비용은 최근 89달러로 53%나 급등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국내 한 시민단체는 SMR 사업의 실효성을 문제 삼고 나섰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계획했던 SMR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은 다반사다. SMR 같이 불확실성이 큰 신사업은 더 큰 리스크 떠안는다. 기업은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으로 성장의 기회를 찾는다. 위기 극복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가 내린 선택이 훗날 위기를 가져온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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