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권리, 학생·학부모 책임 강조한 ‘학교 조례안’ 나와…“학생인권조례 대신”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대신할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29일 각 교육청에 안내했다. 각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가 주로 학생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명시돼 있다면, 교육부가 새로 안내한 조례 예시안에는 학생·교사·보호자(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이 모두 담겨 있다. 교육부는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생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보편적 인권을 나열하고, 학생의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책임은 경시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여론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학생, 교원 생활지도 존중하고 따라야 할 책임 있어”
이번 조례 예시안에는 학생인권조례에는 없는 ‘교권 보호’ 관련 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 제8조 ‘교원의 권리·권한과 책임’ 부분에는 교육활동의 보호를 위해 생활지도 등 교육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했다. 또,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에 있어서 외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으며, 교원 개인의 휴대전화 등 공식적 창구 이외의 민원 응대를 거부할 수 있으며, 근무시간 외 및 업무범위 외의 부당한 간섭 또는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명시했다. 이 외에 교사의 책임 부분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학생이 바른 인성과 윤리의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학부모·학생과 교사와의 갈등 상황이 있을 때 교사가 신고·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사생활 등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을 제기하거나, 합리적 답변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3회 이상 지속하면 답변을 거부하고 민원을 종결할 수 있다. 또 ‘교원이 학생 또는 보호자에 의해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됐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의 장 또는 교권보호위원회에 교육활동 침해 신고를 할 수 있다’라고도 명시했다.
조례 예시안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뿐 아니라 책임도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는 ‘교원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 등 모든 학교 구성원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를 침해하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학생으로서 교원의 생활지도를 존중하고 따라야 할 책임도 포함돼 있다. 보호자의 경우 ‘교직원과 모든 학생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책임’과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자녀와 아동의 교육에 대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교권, 학생인권 별개” 반대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교원·보호자의 권리는 존중받고 균형 있게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학교 구성원이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 문화가 형성돼 공교육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에서 제시한 조례 예시안을 참고해 현행 학생인권조례를 일부 또는 전면 개정할 수 있다.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며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전국 시·도 교육청 및 의회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전북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책임과 의무’ 조항을 넣은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서울시·충청남도 등에서도 시·도 의회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반면 일부 교육단체에선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남지부와 새로운학교충남네트워크 등 4개 교육단체는 도의원 25명이 공동 발의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 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전국교사집회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악성 민원이나 교권 침해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며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함께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육청, “사전 예약해야 학교 방문 가능”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9일부터 ‘학교방문 사전예약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청 측은 “외부인이 학교에 무단 침입하는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를 방지하고자 학교 출입관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유·초·중·고·특수학교 68개교에서 시범 운영하며, 카카오채널에서 학교 이름을 검색한 후 방문 목적과 방문 대상, 방문 일시 등을 예약해 승인을 받는 절차로 이뤄진다. 다음 달 15일까지는 홍보 및 시스템 정비 기간이고, 18일부터는 사전예약 시스템을 거쳐야만 시범운영 학교 방문이 가능하다. 조희연 교육감은 “68개교에 10개월간 시범운영을 해본 후 2024년 전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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