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규제 풀어줬더니…반도체 업계 "개발비 1500억 줄였다"

지난해 7월 SK하이닉스는 일본산 D램용 박막 증착 설비를 도입하려다 난관에 부딪쳤다. 일반 장비의 주파수(13.56MHz)보다 고대역 주파수(860MHz)를 사용하는 특성 탓에 국내 전파법의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확인한 산업통상자원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규제 개선을 위한 협업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이 설비가 반드시 필요한 점을 고려해 전파법(제 58조)의 입법 취지와 이용 범위 등을 적극해석했고, 덕분에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신규 설비를 들여올 수 있었다.
전파법 적극 해석해 신규 설비 도입 허용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8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새로 도입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살펴보고 규제 개선 상황을 점검했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도입한 신규 설비는 아직 대체 가능 장비가 없는 차세대 반도체 필수 설비로, 이전까지는 미국과 일본에서만 운용돼 왔다. 대체 설비 개발에 나설 경우 최소 2년간 15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파수 규제가 해결된 덕분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개발과 생산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규제 개선에 총력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반도체 산업 규제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과기정통부는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시행해 반도체 제조시설 등 전자파 다중차폐시설을 갖춘 건물 내에서는 제조공정을 중단하지 않고 장비를 검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성능 검사를 위해 생산 설비를 멈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2월부터는 반도체 생산 장비 일부에 대해 적합성 평가를 면제했다. 장비 수입 시 적합성 검증에만 1~2개월이 소요돼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고, 특수 장비의 경우 납품 단가보다 적합성 시험 비용(최대 400만원)이 더 든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사용되며 이 내역이 기록으로 관리 가능한 산업용 기자재에 대해 적합성 평가를 생략하도록 고시를 개정한 덕분에 반도체 기자재 수급 기간이 대폭 단축됐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반도체 산업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합리화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CT 규제샌드박스도 속도
과기정통부는 정보기술통신(ICT)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면제해주는 ICT 규제샌드박스도 4년째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지난 9월까지 총 189개 안건이 처리됐으며 자율주행 배달로봇, 도심 미니창고 대여, 이웃 간 카셰어링 등 115건의 신규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서비스가 시장에 빠르게 출시돼 국민 생활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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