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그린벨트 52년 만에 확 푼다…"지방소멸과 안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대폭적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밝힌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2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윤 대통령이 다음주 그린벨트 개선 관련 메시지를 직접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70년대 도입된 그린벨트는 소멸을 걱정하는 현재 지방 현실에 맞지 않으므로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그린벨트로 인해 막히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획기적인 개편안을 만들라고 정부 부처에 지시한 상태”라고 전했다.
경제 활력을 되찾을 돌파구로 국가 첨단산업단지 육성계획을 꼽은 윤 대통령이 이를 위해 산업단지 생태계 구축의 난관으로 꼽히는 그린벨트 개선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린벨트 개선은 우리 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원칙 있는 해제, 꼭 필요한 만큼’이라는 기조 하에 그린벨트 관련 제도 개선안으로 ▶국책·공공 개발사업 시 환경평가 1·2 등급지 그린벨트 해제 허용 ▶국가전략사업·지역현안사업은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 예외 적용 ▶그린벨트 해제 패스트트랙(신속조사) 제도 도입 등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국책·공공 개발사업 등 공공성이 인정되는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는 환경평가 등급 1·2등급지라고 하더라도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보전 가치가 큰 1·2등급은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불가능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은 과밀화돼 있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데, 지금도 개발제한구역으로 규제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일”이라며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통해 환경우수지역 등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철저히 관리하고, 해제 때는 공영개발 요건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국가전략사업·지역현안사업은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된다. 국가 지정 산업단지와 물류단지 조성사업 등 국가전략·지역현안 사업을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서 추진하는 경우에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 총량의 예외로 설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총량 제외 이슈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으로,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월 “국방 관련 시설 중 최소한 군 공항 이전 부지도 해제 총량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광주 군 공항이 옮겨가고 이 일대를 해제하면 광주 내 해제 가능 총량이 그만큼 줄어들어 신규 산단 조성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해제기준도 합리화할 것”이라며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이 된 비수도권 지자체의 경우에는 개발제한구역 최소 폭 규정 등을 완화해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산업단지에는 그린벨트 해제 패스트트랙(신속조사)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런 절차 간소화를 통해 수년씩 걸리던 기간을 1년 내로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단축할 것”이라며 “첨단특화단지, 기회발전특구 등을 통한 재정 및 세제 지원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권한 또한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넘기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린벨트 해제 후보군도 관심사다. 여권 관계자는 “방산·원자력산업이 밀집한 울산, 창원 등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15일 경기 용인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해 전국 15곳의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발표했는데, 해당 지역들이 먼저 검토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에서 개발하고 싶고, 투자를 요청하는 곳도 많지만 토지 이용을 못 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곳이 많다”며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어 부지 부족 없이 전후방 기업을 넉넉히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전격적인 그린벨트 해제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여권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김포 서울 편입 등 '메가 시티'에 이은 세 번째 프로젝트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선 프로젝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이라며 “규제를 버려야 투자가 모이고, 그래야 지방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이번 규제 완화에 직·간접적으로 포함되는 지역의 후보자들이 그린벨트 해제 완성과 함께 선심성 개발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환경단체는 그동안 “그린벨트가 훼손됐을 때 손실이 너무도 큰 만큼 그린벨트 해제는 다른 모든 대안을 치열하게 검토한 뒤에 불가피할 때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반대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 경우나 난(亂)개발 가능성이 예상될 때엔 정부나 소관 위원회와의 필수적인 사전 협의 등 안전장치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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