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강타한 '세기의 폭풍'…러 참호 순식간에 쓸어버렸다

김은빈 2023. 11. 2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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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를 덮친 덮친 폭풍 베티나. 사진 엑스(옛 트위터) 캡처


폭풍' 베티나'가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해안 지역을 강타했다.

27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강풍과 폭설을 동반한 허리케인급 폭풍 베티나가 흑해 연안을 따라 러시아 남부 지역을 덮쳤다.

특히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에는 시속 115~130㎞에 달하는 강풍이 불고, 최고 9m에 달하는 파도가 휘몰아쳤다. 크림 산맥에서는 시속 150㎞에 달하는 바람이 불었다.

온라인상에 확산된 영상에는 크림반도 서부 연안 도시인 예브파토리야에 거대한 파도가 덮쳐 거리 곳곳이 침수되고 차와 시설물 등이 쓸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안에 있는 러시아군의 군 시설을 거센 파도가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장면도 있었다.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관련 영상과 함께 "폭풍으로 인해 러시아군이 크림반도에 파놓은 참호가 휩쓸려갔다"며 "예브파토리아에서는 해안 방어선과 공병 시설, 사격 진지 등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예브파토리야 해안에 덮친 폭풍으로 해변의 한 건물이 훼손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폭풍으로 러시아 5개 지역에서는 한때 200만명이 정전 피해를 겪었다. 크림반도 일부 지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소치와 아나파 등 휴양지가 위치한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 2명이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4명이 폭풍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최소 10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폭풍을 '세기의 폭풍'으로 묘사하고 있다. 러시아 기상청장은 "기록이 시작된 후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라고 국영 통신 리아노보스티에 전했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폭풍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한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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