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아톰이 묻는다, 인간다움이란…
최근 넷플릭스가 내놓은 애니메이션 ‘플루토’는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한 미래가 배경이다. ‘로봇인권법’이 제정돼 로봇도 결혼하고 가족을 꾸리는 세상에서 되레 ‘인간다움’을 묻는다.
만화 『20세기 소년』 『몬스터』 『마스터 키튼』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63)가 2003~2009년 연재한 동명만화가 원작이다.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에 비견되는 그가 거장 데즈카 오사무(1928~1989)의 ‘우주소년 아톰’ 시리즈 중 ‘지상 최강의 로봇’편을 재해석했다. 14년 전 연재가 끝난 작품이 AI가 일상화한 지금 거울처럼 와 닿는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100% 만점이 나왔다.
인간에 가까워진 로봇은 마음도 닮아간다. 인간 대신 전쟁에 투입돼 무자비한 살육 탓에 악몽을 꾼다. 인간을 죽일 수 없게 프로그램됐는데 예외가 발생하는 것도 인간 때문이다. 자신을 살해하려던 인간을 구하다가, 치명상에 쓰러진 로봇 형사는 “인간의 증오는 사라지느냐”고 묻는다. 자신의 가슴에 싹튼 ‘증오’의 감정을 두려워하면서다. 잘못한 인간은 도리어 로봇을 탓한다. 반로봇 집단은 미국 백인우월주의 집단 KKK를 빼닮았다. 가장 인간과 닮은 아톰을 비롯해 세계 7대 로봇과 로봇 권리를 위해 싸워온 인물들이 연쇄 살해되는데, 수사과정에서 제국주의의 잔혹한 본성이 드러난다.
원작 만화 연재가 시작될 당시 이라크전이 벌어졌다. 만화에선 미국이 떠오르는 서방국가가 중동국과 전쟁을 벌인다. 현재 중동 유혈 충돌에 대한 서방의 태도도 읽게 된다. “증오에선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는다”는 로봇 형사의 질문은 본질로 돌아간다. AI 시대, 새로운 고전이 탄생했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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