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가 레벨 테스트 본다…의대보다 비싼 ‘영유’의 세계 [hello! Parents]

민경원, 전민희 2023. 11.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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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유치원 심층 분석

■ hello! Parents

「 일유냐, 영유냐. 4세 고시. 레테.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보셨나요? 의대보다 비싸다는 ‘영어유치원(영유)’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입시에서 수학이 중요해지다보니, 유치원 때 영어의 기초를 잡아놓고 초등 때부터 수학을 서두르자는 양육자들이 많답니다. 학습 효과에 깜짝 놀랐다는 부모도 있고요. 그러나 만만치 않죠. 4살 아이가 ‘레벨 테스트(레테)’를 봐야한다니요.

페어런츠 영유

요즘 대세는 영어유치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영유 수는 847곳이다. 10년 전인 2014년(332곳)보다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 유치원 수가 8826곳에서 8441곳으로 4.4%(385곳)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김영옥 기자

지역별로는 전체 영유의 절반이 넘는 65.1%(551곳)는 서울(283곳)과 경기도(228곳)에 몰려 있다. 올바른 명칭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지만 ‘영유’로 통용된다. 서울에서도 강남·서초·송파·양천 같은 교육 특구 지역에 절반이 넘게 집중돼 있다. 6세 아들을 영유에 보내고 있는 유지혜(가명·39·서울 강남구)씨는 “주변 아이들 10명 중 9명은 영유에 다닌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영유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1994년 YS가 세계화 외칠 때 첫선

서울 송파구의 한 영어 유치원에서 원어민 교사와 아이가 수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영유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국제화·세계화 원년으로 선포하고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서강대에서 국내 유아 및 초·중등 영어교육 전문 브랜드 SLP를 처음 선보였다. 영어교육의 전통 강자인 YBM이 96년 유아 전문 영어 학원 PSA를 개원하면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97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가 정규 과목으로 신설되면서 아이들이 영어를 처음 배우는 연령도 점차 낮아졌다. 이후 영어 특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도 생겨났다.

영유는 비싸기로 악명 높다. 교육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월평균 교습비는 175만원(방과 후 과정과 급식·교통비 포함)이다. 이는 사립 유치원(15만9388원)의 11배, 국공립 유치원(7632원)의 229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영유 교습비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2100만원으로, 올해 의대 평균 등록금 999만원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김영옥 기자

교습비가 비싸도 부모들이 아이를 영유에 보내는 데엔 이유가 있다. 우선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배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명문대 진학이라는 미래를 위해 입시 주요 과목인 영어를 미리 잡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영유는 철저한 정보 비대칭 시장이다. 전화로 상담 문의를 하고 연락처를 남겨두면 입학 시즌에 맞춰 등록 안내 문자가 발송되는 식이다. 그다음은 입금 전쟁이다. 예를 들어 11월 20일 오전 9시가 입금 시간이라고 하면 0.1초 만에 정원이 차버리기 때문이다.

학습 방식따라 놀이식·학습식 구분

영유는 학습 방식에 따라 ‘놀이식’과 ‘학습식’으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학습식’이 각광받는 추세다. 6세 딸을 키우는 최은수(가명·38·서울 양천구)씨는 “집이 목동이라 주위에서 다들 영유를 보내는 것을 보고 5세 2학기 때 부랴부랴 보내느라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놀이식 영유였다. 커리큘럼이 너무 체계가 없어서 결국 6세 때 학습식으로 옮겼다”고 털어놨다.

김영옥 기자

영유에도 레벨테스트가 존재한다. 영유를 보내는 시기에 따라 ‘5세파’와 ‘6세파’로 나뉘는데 보통 영유 1년 차에 해당하는 5세 반은 레벨 테스트 없이 입학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4세부터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이제 ‘4세 고시’라는 말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영유 847곳 중 17%에 해당하는 144곳에서 레벨 테스트를 실시했다. 학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알파벳을 다 익혔는지, 단어가 가진 소리와 발음을 배우는 파닉스를 이해하는지 묻는다.

6세 딸을 키우는 장민주(가명·39·서울 송파구)씨는 “남편이 연수를 가게 돼 미국에서 1년간 유치원을 다니고 왔는데도 학습식에서는 쓰기가 안 된다고 받아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레벨 테스트 시기를 놓쳐서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소진(가명·40·서울 강동구)씨는 “아이가 6세 때는 레테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서 포기하고 영유 애프터(유치원 끝나고 영유에 보내는 것)를 보냈다. 1년이 지나서 7세 반에 보내려고 하니 실력 차이가 제법 나서 결국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다시 돌아간다면 처음부터 영유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ello! Parents

① “빚내서라도 보내라” “8명 중 3명 틱장애” 영유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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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발음 나빠 영어책 못 읽어줘? 영알못 부모 착각한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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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오은영 육아 솔루션 틀렸다…‘삐뽀삐뽀 119’ 저자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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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방과후 학원만 꽉 채우지 말라, ‘서울대 쌍둥이’ 원장의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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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넌 특별해, 뭐든 할수 있어” 아이 자존감에 독 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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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이것 시키자 1등급 됐다, SKY도 보낸 ADHD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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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엄마 일하면, 아이는 불안하다? 워킹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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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하나 더 낳으면 행복해질까? 獨연구소가 밝힌 ‘둘째의 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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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전민희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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