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30년 지나도 못 잊는 갈라타사라이 '원정 악몽'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구단 갈라타사라이 SK와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원정경기를 치른다.
해당 경기서 맨유가 패할 경우 잔여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서 탈락하게 되는 터라 시선이 집중된다.
두 팀은 30일(한국시간) 오전 2시45분 갈라타사라이 홈구장인 튀르키예 이스탄불 라마 글로벌 경기장에서 격돌한다.
맨유 팬들과 선수단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1993/94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서 이미 갈라타사라이와 만난 전적이 있는 맨유 선수가 이스탄불 현지 분위기를 회상하며 "지옥과도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28일 맨유의 전 수비수 폴 파커와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30년 전 험악했던 과거를 돌아봤다.
1993/94시즌 당시 챔피언스리그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예선이 끝난 후 본선에서 두 팀씩 짝을 지어 각 팀의 홈에서 경기를 치른 후 점수를 합산하는 토너먼트를 두 번 거쳐 살아남은 최종 8팀이 조별리그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맨유는 이전 시즌인 1992/93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거둬 본선으로 직행했다. 갈라타사라이 또한 본선으로 직행했다.
당시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과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 프랑스의 탕아 에릭 칸토나, '악마의 왼발' 라이언 긱스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맨유가 조별리그 진출을 앞둔 두 번째 토너먼트서 갈라타사라이와 만났을 때, 질 것이라는 상상은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첫 경기는 맨유 홈인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렸다. 다만 갈라타사라이 전력은 예상보다 강했다. 맨유가 홈 경기임에도 3-3으로 비긴 것이다.
이로 인해 갈라타사라이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더 선'은 "갈라타사라이의 당시 감독 라이너 홀만이 경기 종료 후 '튀르키예에서 기다리겠다'며 의미심장하게 2차전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맨유가 2차전을 치르기 위해 튀르키예에 입국했을 땐 단순한 환영만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선수들이 내린 이스탄불 공항에는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무시무시한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도 각종 투척물을 맞아야 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어린 직원이 맨유 선수단을 향해 손가락을 목에 대고 긋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로이 킨, 칸토나, 슈마이켈 등 맨유에 '한성깔'하는 선수들이 제법 모여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현지의 분위기는 과하게 험악했다.
파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전도 뛰어본 '강심장'이었지만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술회하며 "경기 당일 분위기는 음산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적대적인 함성이 들려왔다. 관중들은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우리를 기다렸다"며 몸서리를 쳤다.
게다가 파커는 경호를 위해 경기장에 들어선 경찰들에게도 밀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다. 그는 "현지 경찰에게 입장 전 계단 꼭대기에서 밀렸다"며 "슈마이켈이 날 막아줘서 살았다"고 전했다. 파커 외에도 맨유의 미드필더 브라이언 롭슨은 폭행을 당해 팔꿈치가 찢어져 8바늘을 꿰메야 했다. 칸토나는 경봉으로 맞았다. 심지어 퍼거슨도 상의를 벗어던지며 선수들을 보호해야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맨유는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것이다. 결국 맨유는 원정다득점 규칙(양 팀의 합산 점수가 같을 경우 원정서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한 팀이 진출하는 규칙)에 의해 유럽 무대서 일찍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퍼거슨은 사태가 벌어진 후 기자회견을 열어 갈라타사라이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선언했지만 그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서 또 갈라타사라이와 맞붙게 됐다. 다행히 이번에는 별 사건 없이 끝나며 나란히 3~4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이후 맨유는 18년간 갈라타사라이를 만나지 않았다가 지난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에서 재회했다. 두 팀은 각자의 홈에서 1-0 승리를 챙기며 조 1, 2위로 16강에 진출한 적이 있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무대서 갈라타사라이를 만난것은 11년 만이다. 갈라타사라이는 지난 10월 올드 트래퍼드서 맨유를 3-2로 격파하며 프리미어리그 팀을 상대로 117년만에 사상 첫 원정 승리를 거뒀다. 현재 갈라타사라이는 4경기 1승 1무 2패로 조 3위(승점 4점)다. 맨유는 1승 3패로 조 4위(3점)다.
5차전에서 맨유가 패배한다면 맨유는 3점이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갈라타사라이는 7점으로 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인 6차전서 맨유가 이미 A조 1위를 확정지은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도 갈라타사라이를 승점서 뒤집을 수 없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최종 탈락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BBC, 영국 허핑턴포스트, 스포츠바이블, 더 선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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