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상생 금융 적임자…‘엉클조’ 리더십 기대 [CEO 라운지]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입력 2023. 11. 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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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조의 귀환’.

차기(15대) 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66)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신한금융그룹 재직 당시 후배들의 신망을 바탕으로 ‘엉클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은행연합회는 이런 조 전 회장을 만장일치로 15대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

회추위 측은 “(조 전 회장은) 금융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현 은행연합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회장 잠재 후보로 거론되거나 회장추천위원회 하마평에 오른 인물 중 조 전 회장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전직 관료 혹은 지주 회장, 행장 출신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5파전 양상을 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때도 조 전 회장 이름은 안 보였다. 그러다 회추위 결성 막바지 조 전 회장이 등장했고 결국 만장일치로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관례상 최종 후보는 결격 사유가 없는 한 12월 1일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 조 내정자가 ‘은행권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조 내정자는 사실 지금도 신한금융지주 고문 자격으로 여의도 신한증권 사옥에 출근하며 각종 현안을 챙겨오며 신한금융그룹을 위해 왕성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 산하 여러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해외 진출 등과 관련해 조언도 계속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와중에 금융권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금융권 특히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해졌다. 이런 조짐은 올해 초 이미 감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라며 보다 구체적인 상생 금융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시각은 은행이 제공한 측면도 많다.

일반인은 꿈도 못 꿀 은행권 임직원의 횡령, 비위 행위 등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내부통제, 감시 등은 제한적이었던 데다 책임 소재도 경영진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뜨겁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역대급 금융지주와 은행 실적을 두고 ‘돈잔치’라며 정치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은행권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일명 ‘횡재세’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55명은 아예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부담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해 이자 순수익이 최근 5년 평균 이익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 이익의 최대 40%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기에 더해 은행의 이자 순수익이 최근 5년간 평균 이자 순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이를 서민금융진흥원의 회계에 활용하자는 내용을 담아 추가 발의하기도 했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은행을 보는 시각이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주회사도 횡재세 규모가 그 정도면 국회에서 이 정도를 바라는 것이겠다 생각할 것”이라며 “다만 법을 통해 강제하는 것보다는 당국과 논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세부 사항까지 챙길 수 있는 유연한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연합회가 정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 은행의 현실, 실상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최근까지 현직에 몸담고 있어 ‘현실 감각’도 있는 인물을 찾았다. 그 결과물이 조 전 회장 내정이다.

조 내정자는 자타공인 금융 전문가다.

1957년생으로 대전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4년부터 신한은행맨으로 맹활약했다. 뉴욕지점장, 글로벌사업그룹·경영지원그룹 전무, 은행 리테일 부문장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등 은행 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3년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지내면서 CEO 경영 수업을 충실히 마친 후 2015년 신한은행장에 낙점됐다. 이후 2017년부터 6년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면서 금융권 대부분 직무를 두루 경험했다.

은행연합회 입장에서는 은행 성장 전략은 물론 사회 공헌, ESG 등에서 두각을 보였던 조 내정자가 정부, 정치권이 상생 금융을 강조한 만큼 횡재세처럼 ‘이중과세’ 논란이 많은 방식 대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윤석열정부가 주도하는 상생 금융 취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회원사 중에는 상장사도 있는 만큼 자본주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산적인 논의, 대안을 적극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이라 대정부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어쩌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참고로 은행연합회장은 1984년 출범 후 역대 회장 13명 중 8명은 기획재정부(구 재정경제부·재무부) 출신이 차지했다. 현 김광수 회장도 직전 직위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었지만 사회생활 전반은 관료 경력으로 채웠기에 관료 출신으로 분류된다. 이어 한국은행 출신(류시열 7대, 전 한은 부총재)이 1명, 민간 출신 인사는 이상철(5대, 국민은행장), 신동혁(8대, 한미은행장), 하영구(12대,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김태영(13대,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 4명에 그쳤다.

1957년생/ 고려대 법대/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 1984년 신한은행 입행/ 신한은행 리테일 부문장,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2015년 신한은행장/ 2017년 신한금융그룹 회장/ 은행연합회장 내정자(현)
민간 출신 회장 역할론 시선 집중

반면 민간 출신이라 오히려 회장직을 잘 수행해나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역대 관료 출신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정부에 목소리를 낸 선례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오히려 답답한 행보를 보이거나 정부 지침에만 따르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번 회장은 좀 더 업계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이미 조 내정자는 일정 부분 상생 경영과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신한금융지주 시절 CSSO(Chief Strategy & Sustainability Officer)라는 자리를 만들고 그룹의 ESG 전략과 이행 방향을 논의하는 ‘그룹 ESG CSSO 협의회’를 가동하면서 환경, 지배구조, 노동 등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따른 경영 변화에 적극 대응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유엔환경계획 금융부문(UNEP FI)에서 신설한 공식 파트너십(동반 관계) 기구 ‘리더십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아시아 금융 그룹 최초로 ‘탄소배출제로운동(Zero Carbon Drive)’을 선언했던 전례까지 따지고 보면 현 정부와 정치권이 요구하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해법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신한금융지주 시절 글로벌 진출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여타 회원사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인식이 많은데 경륜 있고 해외 경험이 다양한 조 내정자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해주기만 해도 임기 내 성공한 회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6호 (2023.11.29~2023.12.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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