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경영전략실 개편한 신세계
지난 9월, 그야말로 ‘파격 인사’를 선보인 신세계그룹이 최근 단행한 후속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핵심 키워드는 ‘경영전략실’이다. 기존 전략실 조직을 경영전략실로 이름을 바꾸고 수장인 경영전략실장도 8년 만에 교체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경영전략실을 손봄으로써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경영전략실 재편 후 직접 회의 주재에 나서며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8년 만에 수장 바뀌는 전략실
임영록, 스타필드 안착시킨 ‘개발통’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며 화제가 됐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신세계·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슈퍼마켓)·이마트24(편의점)·조선호텔·스타벅스 6곳 중 스타벅스를 제외한 5곳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실적 부진 계열사 대표를 대거 물갈이하면서 ‘문책성 인사’라는 의견이 제기됐을 정도다. 유례없는 ‘겸직 대표 체제’도 관심을 끌었다. 9월 인사로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가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계열사 3곳을, 박주형 대표는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와 신세계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역시 신세계L&B 대표를 겸한다.
여러모로 ‘역대급 인사’가 끝난 뒤 채 두 달이 안 된 지난 11월 17일 후속 인사가 났다. 경영전략실 조직을 개편하고 수장을 교체하는 내용이다. “지난 9월 인사에서 그룹 내 큰 변화가 있었다. 여기 발맞춰 가기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이자 계열사 사업을 총력으로 지원해야할 경영전략실 인사·재편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는 게 신세계그룹 관계자 설명이다.
경영전략실은 신세계그룹이 1993년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경영지원실’이 모태다. 경영지원실 → 경영전략실 → 전략실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가 이번에 다시 경영전략실로 바꿨다. 50여명 규모 조직으로 알려져 있지만 맡은 책임은 막중하다. 신세계그룹 내 최종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여러 계열사 현안과 사업을 조율하는 ‘헤드쿼터’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부문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 부문 가교 역할도 한다.
신세계건설 레저 부문 대표 ‘겸직’
새로 개편된 경영전략실 첫 실장에는 그룹 내 ‘개발통’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낙점됐다. 9월 인사 이후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겸임해온 그는 조선호텔 대표에서는 물러나고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와 경영전략실장을 겸직하게 됐다. 1997년 신세계건설 입사 후 경영전략실에서 개발 기획과 신사업 등을 담당했다.
경영전략실 수장은 그룹 최고 요직으로 꼽힌다. 전문경영인으로 회장직까지 오른 구학서 전 신세계 회장은 전략실이 배출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밖에 김해성 전 신세계그룹 부회장, 지금은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긴 허인철 부회장 역시 전략실장을 거쳐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번 경영전략실장 선임을 놓고 철저히 ‘성과’를 중요시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 대표는 지난 7년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그룹 내 새로운 유통 포맷인 스타필드를 안착시킨 주인공이다. 스타필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그룹 내 여러 관계사와 협업을 잘 이끌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중책을 맡게 됐다. 신세계프라퍼티 실적도 좋았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 늘어난 82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2015년부터 역대 가장 오랜 기간 전략실을 이끌었던 권혁구 사장은 8년 만에 물러난다.
임영록 실장 선임으로 공석이 된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는 이주희 신세계건설 레저 부문 대표가 겸직하기로 했다. 경북 상주 출신 이 대표 역시 전략실 출신이다. 2017년 그룹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를 거쳐 2020년 신세계건설 레저 부문 대표이사가 됐다.
사령탑만 바뀐 게 아니다. 전략실이 경영전략실로 개편되면서 기존 재무본부와 지원본부는 각각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 조직으로 격상했다. 경영총괄은 재무·기획·관리 등 업무를, 경영지원총괄은 인사·경영진단·감사·홍보 등을 총괄한다.
경영총괄 부사장에는 허병훈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원본부장이,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에는 김민규 신세계그룹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허병훈 경영총괄은 삼성물산, 호텔신라에서 경영관리, 경영지원 등을 맡았다. 2018년 신세계그룹 전략실로 자리를 옮겨 기획총괄, 지원총괄을 거친 후 백화점 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민규 부사장은 2011년 청와대 홍보수석실 국장, CJ ENM 상무 등을 지낸 후 2020년 신세계그룹 상무로 자리를 옮겨 2021년 전무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경영전략실을 그룹 최고경영진 의사 결정을 보좌하고 경영 능력을 극대화하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며 “실무 기능은 과감하게 현업으로 이관하고 각 사별 사업을 조정·통합하는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오프라인 존재감↑
이번 인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놓고 업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오가지만 크게는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용진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과 존재감이 더 커졌다는 해석이다. 신임 경영전략실장인 임영록 대표가 정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스타필드’ 사업을 구현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경영전략실이 정 부회장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그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 부회장 오른팔로 불리던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가 퇴장하는 등 ‘사실상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평가가 따라붙었던 지난 9월 정기 인사와는 다소 결이 다른 분위기다.
실제 정 부회장은 경영전략실 개편 후 진행된 첫 전략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회의에 나선 그는 “새로운 경영전략실은 각 계열사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가장 많이 일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과거 전략실이 일해온 방식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경영전략실이 기능 중심의 그룹 컨트롤타워로서 계열사 차원에서는 인지하기 어려운 복합적 위기 요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쇄신을 당부하기도 했다.
둘째,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사업에 보다 방점이 찍히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그룹 내 최고 부동산 전문가로 평가받는 임 대표가 경영전략실 사령탑에 앉으면서 부동산 개발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는 최근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비전과도 다르지 않다. 이마트는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이마트 명일점을 끝으로 더는 점포를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또 내년 최소 5개 이상 점포 부지를 확보, 신규 출점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쓸 것”이라며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6호 (2023.11.29~2023.12.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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